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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 본회의 D-1…지렛대 놓으려는 與, 막으려는 野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6.04 00:10 수정 2020.06.04 05:05

의장 뽑고나면 맘대로 상임위원 선임할 수 있어

언제든 테이블 걷어차고 상임위원장 선출 가능

불법 소지 다분하지만 저지 수단 마땅찮아 고민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 본회의장(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민당 등 범여권이 일방적으로 소집을 요구한 임시국회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원구성 협상에 있어 강력한 '지렛대'를 놓으려는 여당의 움직임에 맞서 야당의 대응도 긴박해지면서, 여의도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통합당은 4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이튿날로 예고된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저지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일, 민주당은 정의당·열민당 등까지 동원해 188명 의원의 명의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임시국회 소집은 3일 전에 공고해야 하기 때문에 공고기간까지 고려해 사흘 전에 소집 요구를 한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대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원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 일방에 의해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강행되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의 의장단 선출 강행은 원구성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지렛대'를 놓겠다는 전략이다. 국회법 제48조 1항에 따르면, 의장이 선출된지 이틀 내에 교섭단체대표의원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 요청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이틀이 도과하면 의장이 마음대로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국회법 제20조의2에 따라서 국회의장은 선출된 이튿날부터 당적을 이탈해 무소속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친정'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임기 중 형식적으로는 무소속이었지만, 실제로는 노골적으로 '친정' 민주당 편을 드는 편파행위를 자행해 '역대 최악의 국회의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을 마음대로 선임하고나면 국회법 제41조 2항에 따라 언제든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이 언제든지 통합당과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국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인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깔게 되는 셈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위해 발언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위해 발언석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통합당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3일 하루 종일 일정을 비워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방적 본회의 소집이 불법행위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177석 거대 여당은 개원(開院)과 개헌(改憲)만 빼고서는 뭐든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꿔말하면 개원은 마음대로 못한다는 뜻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본회의 개의 등 의사일정을 결정하려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대표의원들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사무총장은 이러한 협의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국회법 제14조에 사무총장은 집회 공고에 관해서만 의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18조에 규정된 최다선·최연장자 의원의 의장직무 대행은 일단 본회의가 적법하게 열려 의장 선거 안건을 상정할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여당의 일방적인 본회의 개의는 국회법을 엄밀하게 해석할 때 불법 본회의에 해당하지만, 민주당이 불법행위를 강행해버릴 경우, 사법적 판단을 구해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는 게 주호영 원내대표의 고민이다. 우리 사법부는 입법부 내부에서의 의사결정은 가급적 이를 존중해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이미 이뤄진 결정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적은 극히 드물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절차에 관한 규정들은 위법이라 하더라도 지나가고나면 시정하기가 어렵다"며 "그런 것을 알고 (민주당이) 자꾸 위법으로 밟고 지나가는 듯 하다"라고 토로했다. "(국민) 여론으로 막아야지, 그것밖에 뭐가 더 있겠느냐"라는 호소는 주 원내대표의 고민 지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박병석 의원이 6선으로 최다선이지만 이미 국회의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셀프 선출'을 피하기 위해 5선 중 최연장자인 김진표 의원을 의장직무대행으로 해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불법적으로 의장단 선출을 강행할 경우 이에 맞선 로텐다홀 농성 등은 이미 20대 국회 때 다 해봤던 수단이기 때문에, 다시 꺼내드는 것은 식상하기도 하고 '통합당의 투쟁 방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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