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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⑪] ‘구인광고’로 모인 밴드 므앙, 의외의 시너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6.03 16:31
수정 2020.08.05 15:23

ⓒ므앙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눈과 귀를 잡아끌었다. 밴드 므앙의 ‘별로야’라는 곡인데, 담백한 보컬과 독특한 기타 사운드, 스윙 느낌의 드럼과 베이스가 매우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화자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가사도 인상적이다.


므앙이라는 밴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지만, 어떠한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신인 밴드’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별로야’는 이들의 데뷔 싱글이었다. 지난해 10월 세 명의 멤버가 므앙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내놓은 첫 곡인 셈이다.


-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첫 싱글을 낸 밴드 므앙이라고 합니다. 멤버는 하상원(보컬, 작곡, 작사, 기타), 김현준(기타), 한가엘(드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작년 10월에 결성하여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한 팀으로 활동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상원: 서울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무작정 구인 사이트에 글을 올렸습니다. 가엘이 누나가 먼저 연락을 주었고, 그 다음에 현준이형의 연락이 왔습니다.


가엘: 상원이가 자기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저희 학교 근처까지 왔는데, 그 더운 여름날. 반팔 티에 땀으로 도배될 정도로 무거운 장비를 다 가져온 거예요. 그러곤 그 자리에서 무려 자기가 만든 노래를 6곡이나 들려주는 열정을 보고 ‘아, 이 친구랑 같이 음악하면 내게 남은 20대의 열정을 여기에 쏟을 수 있겠다’ 싶어서 같이하게 되었어요.


현준: 이전 밴드 활동을 그만두고 잠시 쉬다가 구인글을 보고 레퍼런스가 괜찮은 것 같아서 연락하고 합주한번 한 후에 바로 합류했습니다. 보통은 각자 나중에 결정하고 연락하자고 하는데 상원이가 바로 같이 하자고 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결정한 것 같아요.


- ‘므앙’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가 없는 아기가 물었을 때 아프진 않지만 보호자의 주의를 끄는 것처럼, 저희도 대중의 관심을 받으려 하지만 대중들에게 안 좋은 자극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흔히 ‘어그로’라고 불리는 행위를 했을 때 관심은 받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잖아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저희의 의지가 담겼습니다.


ⓒ므앙

- 현준 씨는 이전에도 다른 밴드로 싱글을 몇 차례 발매했는데요. 므앙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요?


현준: ‘별로야’를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래가 섬세해요. 제 성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섬세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전 팀들 음악은 므앙과 달리 제가 원하던 섬세함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여태까지 했던 밴드 중에서는 제일 제 색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 두 분이 학생 신분이라, 활동하는데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상원: 저는 이미 졸업했고, 지금은 카페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돈으로 녹음이나 장비에 투자하고 있어요.


가엘: 저는 실용음악과 학생이라, 특성상 합주가 많고 심할 땐 한 학기에 20곡씩 연주했어야만했죠. 그러다보니 므앙과 학교 사이에서 스케줄을 조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도 고정 합주일인 목요일 저녁은 항상 비우려고 노력해요. 보통 제가 있는 연습실로 멤버들이 자주 와줘서 비교적 편하게 합주하고 있습니다.

현준: 작년에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밴드도 했을 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외출할 때 가는 곳이 학교, 집, 합주실 세 곳 밖에 없을 정도로. 특히 시험기간에는 더 힘들었는데, 그때는 서로 사정들 다 아니까 합주를 한 주 쉬기도 하면서 각자 일상을 챙기게 서로 배려해줬어요.


- 데뷔 싱글인 ‘별로야’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곡인가요.


상원: ‘별로야’를 만든 시점은 3년 전 군대에 있었을 때입니다. 컴퓨터 같은걸 못써서 통기타 하나로 작곡을 하고, 가사는 자필로 써서 보관했습니다. 전역 후에 발매하려고 녹음을 했지만 그때는 화성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곡의 완성도가 좋지 못했습니다. 후에 수많은 끝에 지금의 ‘별로야’를 발매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첫 가이드를 들어보면 손발이 오글거립니다. 하하.


- 가사 내용이 상원 씨가 했던 상담 내용을 담고 있다고요,


상원: 대학교를 다닐 때, 3살 많은 동기 형의 상담 내용이었습니다. 짝사랑을 하지만 상대방은 자기를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짝사랑이 있는 자리나 약속을 피하게 되고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에는 화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럴 때마다 그 형이 짝사랑한테 자주 했던 말이 ‘너는 정말로 별로야’였는데, 그런 말들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고 제게 털어 놓았죠.


- 화자가 말하는 상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가사가 다르게 읽힙니다.


상원: 곡의 시작은 제가 한 상담 내용이었지만, 듣는 입장에 있어 사랑으로만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았어요.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게 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곡의 내용에 사랑에 대해 운운하는 내용이 없어요. 각자 ‘별로야’라고 말하고 싶은 대상은 다르잖아요. 연인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가족일수도 있고, 상사일수도 있고, 아니면 생판 남일 수도 있고.


- 평소 곡을 만들 때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나요?


상원: 곡을 쓸 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불안한 감정입니다. 평소 슬프고 힘든 일을 겪을 때 떠오르는 기분을 가사로 승화하려고 노력합니다.


ⓒ므앙

- 기타 이펙트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어떤 효과를 의도했나요.


현준: 리듬 섹션 부분에는 조금 건조하게 가다가 곡이 늘어지는 부분에만 모듈레이션 딜레이를 써서 곡의 잔잔함도 살리고 리드미컬한 부분도 살리려고 했어요. 흔히 말하는 ‘치고 빠지기’를 이펙트에 적용한 건데, 다들 좋은 평을 많이 해주셔서 신경 쓴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어요.


-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세 멤버가 각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감독 한영일: 가사처럼 너는 별로여서 보고 싶지 않기도, 나도 별로여서 똑바로 쳐다보기 부끄럽기도, 혹은 나도 네가 별로여서, 시선이 흐트러지게 배치했습니다. 상대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기도 하고, 상대를 내 눈에 들이지 않는 것이기도 한, 그런 이중적인 의미입니다.


- 멤버들 뒤로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은 어떤 의도인가요.


감독 한영일: 므앙의 ‘별로야’에서 큰 주제는 ‘이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별은 결국 여정의 한 부분이고, 기차가 만나는 서로 다른 풍경과 사건은 우리가 겪는 여정의 은유입니다. 이어지는 야경에서 보이는 수백 개의 불빛들처럼, 이별과 만남도 그 여정 속에서 계속 깜빡 거릴 겁니다. 빔 프로젝터로 투사한 화면은 배경이 아니라, 멤버들의 모습 위에 덮여 있는 것인데 이는 빛으로 찍어낸 탁본, 혹은 프로타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곡을 만든 멤버들은 배경 속에 있는 동시에 배경과 완전히 합쳐진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이들이 연주하는 모든 소리와 노래하는 가사는 결국 이들에게 있을 때 원형 그대로이기 때문에 영상에도 이런 기법을 통해 므앙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므앙

- 므앙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상원: 므앙은 감정에 따라 찾는 밴드가 아닌, 찾아서 들어야만 하는 밴드로 남고 싶습니다. 마치 의식주에 스며들어 있는 하나의 작은 시간이랄까요. 그와 동시에 작은 미동에도 소스라칠 수 있는 그런 감정을 전달하여 익숙하고 나른하며 눅눅한 기분을 들게 하는 그런 음악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엘: 누군가 저희 곡을 감상하고 그러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진다고. 다들 가끔은 생각이 많아져서 그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 앞으로 선보일 음악들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재즈적 요소를 섞은 음악을 할 건데, 준비 중인 곡 중엔 단순히 가미하는 걸 넘어서 한 곡에 두 장르를 크로스오버한 곡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연구와 시도를 거듭하여 ‘별로야’의 감성을 잇는 곡들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 새로운 앨범을 발매 계획은요?


이번에 ‘별로야’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가을이랑 겨울 사이에 싱글을 낼 생각입니다. 만약 나오게 되면 많이들 들어주세요!


- 므앙이 목표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최종 목표는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아무 걱정 없이 하고 싶어요. 아직 신인이라 그런지 최종 목표보다는 단기적 목표들이 좀 많은데, 다른 음악관련 유튜브 채널과 협업해서 커버 영상도 제작하고 싶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클럽공연도 하고 저희 팬이 많아지면 굿즈도 만들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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