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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약품 끝나지 않는 불순물 사태… 철저한 검증이 우선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5.28 07:00 수정 2020.05.28 08:23

잦은 발암유발 물질 검출…정확한 원인 규명과 제도 정비 필요

"인체 위해성 낮아" 과도한 불안감 시달릴 필요 없어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의 불순물 파동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뇨약 메트포르민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자료사진) ⓒSK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의 불순물 파동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뇨약 메트포르민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자료사진) ⓒSK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의 불순물 파동이 해마다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뇨약 메트포르민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


이전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례와 달리 원인을 특정할 수 없어 업계는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메트포르민 원료의약품 973개 품목에선 NDMA가 검출되지 않았는데, 일부 완제에서만 잠정관리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이 특정 원료의약품과 이를 통해 제조한 완제의약품, 보관과정 등에서 NDMA가 일관되게 검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엔 약의 '재료'가 아닌 '결과물'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NDMA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에서 검출된 발암우려물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미국 내 메트포르민 제품의 NDMA 검출 여부 조사를 시작했으며,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기업들에게 메트포르민의 NDMA 검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5개월간 전수조사를 해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국내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완제품 288개 가운데 31개의 판매를 중지했다. 평소 이 치료제를 복용한 국내 환자 수만 26만2466명에 달하고, 전국 1만379개 의료기관에서 처방됐다.


다른 것도 아닌 '발암유발 물질'이다보니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2018년 발사르탄 사태 당시에도 해당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만 170여개에 달했고 수많은 환자가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식약처는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31품목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명 중 0.21명'으로 해당 제품을 복용한 환자에서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발암유발 물질이 함유된 의약품을 제조, 생산하는 제약사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들에게 한 번 박힌 부정적인 인식은 쉽사리 지워질 수 없다. 시간이 지나도 발암물질 제약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는 의미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면 어떤 누구도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 보건당국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국민 건강을 위한 기구인 만큼 명확하고 확실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반대로 제약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계도할 책임도 있다.


하지만 고혈압 치료제와 위장약 사태에 이어 이번 당뇨병약 사건에사도 보건당국은 해당 제약사가 직접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환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때다. 제약사에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당국이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제약 바이오산업은 정부가 매번 강조하는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 중 하나다. 책임만 전가해서는 올바른 성장을 유도하기 어렵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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