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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시중은행 '라임 선보상' 가닥 속사정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5.25 06:00 수정 2020.05.24 20:54

판매 금융사들 손실액 30%수준 '선보상 방안' 유력 검토 중

당국 압박에 정치권까지 가세…'경영권 리스크' 우려도 작용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뉴시스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뉴시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이 잇따라 피해자에게 자발적 선(先)보상하는 방안을 결정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30% 선보상' 방안을 유력하고 검토하고 있다. 우리·신한·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은행권도 자구책을 마련해 선보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임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자금의 50%까지 선보상하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기업은행이 150억원 가량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앞서 신영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펀드 피해자들에 대한 자발적 보상을 결정한데 이은 은행권의 보상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은행권은 라임 펀드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30%를 보상한 뒤 펀드 평가액의 75%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라임측과 논의를 하는 중인데, 결국은 각 금융사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보상율을 결정하는 데에는 고려할 부분이 여러가지"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계산기를 두드리는 부분은 '선보상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사태의 여파로 금융지주그룹 CEO 거취문제까지 흔들리는 상황을 경험한 만큼, 선제적으로 보상에 나서면서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최대한 벗어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최근들어 정치권까지 '라임사태'를 금융사의 책임론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비화되면 을(乙) 입장인 금융사들이 책임을 지고 온전히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1일 국회에선 여당 당권주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은행과 증권회사, 금융지주사 대표이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금융권엔 경보가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정치권까지 '금융사 때리기'에 나설 경우, 라임사태에 따른 정무적 리스크가 금융권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라임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 사이에선 "파장이 더 커지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경우, 금감원 분조위를 통해 불완전판매 정도를 가려 주요 판매사에 투자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사태로 일부 영업정지와 함께 CEO가 중징계를 받으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이 선뜻 배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배임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보상을 결정할 경우, 법률적으로 명확한 판단이 나오기 전에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게 되면서 금융사 입장에선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칫 금융사 경영진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라임펀드 운용사의 부실과 불법 운용이 근본적인 부실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자신도 피해자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불법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금융사의 경영진이 선보상을 결정하면 배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각 금융사 마다 입장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한 금융사 임원은 "아직까지 라임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명확한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은 없어 우리가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긴 어려운 단계"라면서도 "또 한번 큰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설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보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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