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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톺아보기] 고향 친구·직장 선후배…청와대까지 얽히고 설킨 인맥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5.01 06:00
수정 2020.05.01 06:05

이종필, 김봉현 등 핵심 인물 수사 급물살…정관계 로비 등 파장 금융권 촉각

자산 규모 단기 급증 배경에 초점, 미검거 '회장 3인방' 신병 확보 핵심 열쇠

1조6700억원대 천문학적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지 반년.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 3개와 자펀드 149개에 대한 환매 중단이 결정된 이후에도 라임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라임사태는 조단위 피해 규모는 물론 금융회사, 증권사, 상장사, 감독기관 등이 총망라된 초대형 권력비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손실 규모는 여전히 가늠할 수 없지만 이제까지 드러난 라임의 사기 행각을 본다면 대부분 손실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본지에서는 7개월간 걸쳐 밝혀지고 있는 라임사태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정리해보고자 한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위해 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뉴시스

라임 사태의 핵심 주범 3인방이 수사기관에 붙잡히면서 게이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인방은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이에 따라 라임 사태 경위와 함께 정관계 연루 의혹에 대한 사정 당국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라임 사태’의 돈줄 지목받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업무수첩을 확보하고 자금 흐름 추적에 들어갔다. 김봉현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몸통’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27일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을 조사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스타모빌리티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하고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의 뇌물을 건네고 라임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수원여객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해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사업본부 팀장과 함께 붙잡혔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총괄 기획자’고 심 전 팀장은 라임 펀드 3248억원어치를 판매한 인물이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라임의 자금을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투자해주는 대가로 이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명품시계, 가방 및 고급 외제차 등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도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자 잠적해 5개월째 행적을 감췄었다.


검찰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부터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정치권의 비호 의혹까지 이번 사건을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라임이 사모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꾼 3년 만에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국내 1위 헤지펀드로 성장한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또 김 전 회장 등을 통해 단순히 한 행정관의 일탈인지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작년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하면서 라임 사태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을 받아 지난 18일 구속됐다. 김 전 행정관은 동향 친구로 알려진 김 전 회장에게 직무상 취득한 정보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의 펀드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녹취록에 등장하기도 했다. 장 전 센터장은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을 가리켜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김 전 행정관이 라임 사태를 무마하려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청와대 개입 논란까지 일어난 상태다.


검찰은 검거되지 않은 주요 인물인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 김모 리드 회장, 에스모 등을 실소유한 이모 회장의 신병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라임에서 거액을 투자받고 회사가 부실해지자 도주했다. 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실소유주인 김 회장은 현재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게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령된 상태다.


투자를 주선한 대가로 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의 리드 실소유주인 김 회장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잠적했다. 투자를 받은 뒤 주식 담보 대출을 받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 이 회장 역시 종적을 감췄다. 이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라임 자금 약 2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 거액 횡령 사건과 관련해 남은 주범들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해 수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나 정치권 관계자 등 권력층, 혹은 ‘윗선’과 라임의 연결고리가 확인되면 사건의 판도라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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