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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백스테이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죽음의 덫'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5.02 00:04 수정 2020.05.02 00:11

아이라 레빈의 대표작, 연극 '데스트랩'

스릴러와 코미디, 상상력 결합한 수작




연극 '데스트랩' 공연 사진. ⓒ 주식회사 랑 연극 '데스트랩' 공연 사진. ⓒ 주식회사 랑

'어느 날 누군가 실수로 거액의 돈이 내 통장에 입금된다면?'

'어느 날 거액이 든 돈가방을 줍게 된다면?'


사람들은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지만, 어디선간 실제로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로선 누구나 감탄할 만한 희곡 한 편, 그것도 세상에 발표되기 전의 작품을 우연히 발견한다면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연극 '데스트랩'은 바로 이 같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한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에게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이 도착한다. '죽음의 덫'이란 뜻의 희곡 '데스트랩'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퇴물 작가가 된 시드니로선 이런 작품 하나면 과거 명성을 회복하고 노후를 든든하게 보낼 수 있을 거란 상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이 희곡을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 클리포드 앤더슨. 질투심과 욕망에 사로잡힌 시드니의 머릿속엔 '작품이 발표되기 전 앤더슨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이란 극단적 생각이 스쳐 가고, 결국 그는 클리포드를 자신의 '죽음의 덫'으로 부른다.


'데스트랩'은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를 쉴 새 없이 넘나들며 관객들을 쥐락펴락 한다. 쫄깃한 긴장감과 기막힌 반전 때문에 140분이란 비교적 긴 런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무대 연출도 탁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역시 미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아이라 레빈(Ira Levin, 1929~2007)의 탄탄한 극본이다.


서스펜서 소설의 대가로 칭송받는 그의 작품들은 연극과 영화로 제작돼 큰 성공을 거뒀는데, 소설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스티브 킹은 "매우 정교하고 세밀한 것이 마치 스위스 시계 같다"며 그의 작품 세계를 극찬하기도 했다.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1968)를 비롯해 손 영, 맷 딜런 주연의 '죽음 전의 키스'(1991), 샤론 스톤 주연의 '슬리버'(1993),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텝포드 와이프'(2004) 등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영화들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연극 '데스트랩' 공연 사진. ⓒ 주식회사 랑 연극 '데스트랩' 공연 사진. ⓒ 주식회사 랑

'데스트랩'은 이런 주옥같은 작품들 사이에서도 단연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비교적 아이라 레빈의 후반기 작품인 '데스트랩'은 1978년 연극 무대에 선보여 그해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 후보에 오를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코미디 스릴러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자신의 삶과 고민과 욕망이 이 작품 속 캐릭터 곳곳에 담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구성한 재치와 아이디어는 그가 왜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로 칭송받는지 실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1982년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주연을 맡은 마이클 케인은 동성애자, 살인자, 실패한 극작가를 오가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또 '슈퍼맨'의 크리스터퍼 리브가 그의 게이 파트너로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연극 '데스트랩'에 만족했다면 영화화된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스트랩'은 2014년 김수로프로젝트 9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3차례 관객들을 만났다. 김수로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아시아브릿지 컨텐츠 최진 대표가 2017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 제작사 랑이 새롭게 이 작품을 맡아 잠들어 있던 작품을 다시 끄집어냈다.


관객 참여형 공연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내일도 공연할 수 있을까?' 등의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황희원이 연출을 맡았다.


황 연출은 "원작품의 텍스트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짜임새 있다"며 "원작의 장점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의 변을 남긴 바 있다. 6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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