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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⑥] 우효, ‘담백한’ 노래로 표현하는 삶의 방향성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4.29 18:03
수정 2020.08.05 15:21

새 싱글 '브레이브' 29일 전 세계 동시 공개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 수록곡 재편곡

ⓒ문화인

싱어송라이터 우효(OOHYO)가 새 싱글 ‘브레이브 (BRAVE)’를 29일 공개했다. 신곡은 ‘피자’(PIZZA) 이후 우효가 본격적으로 세계 음악시장에 도전하는 두 번째 곡이다. 2017년 발매된 ‘피자’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 500만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한국 인디 싱어송라이터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곡이다.


주로 신스팝 장르를 잘 활용하기로 알려진 우효의 이번 싱글도 같은 장르의 곡이다. 불규칙한 듯 하면서도 섬세하게 정돈된 신스 사운드에 특별한 기교 없이 투명한 우효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가사를 읊조리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우효의 노래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새 싱글 ‘브레이브’가 나왔습니다. 어떤 곡인가요.


‘브레이브’는 한 비영리 단체에서 제안한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생활환경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만들었지만,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더 씩씩해지고 달라지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노래입니다. 가끔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 보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획일화된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며 타인을 소유하고 싶은 상품 혹은 이용할 도구 이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경쟁하며 사나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 너머에는 인간이 사는데 꼭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조차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 까지도 소유하기 위해 애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고자 하는 것들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자기파괴적인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브레이브’는 오늘도 어두운 현실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울타리 밖의 세상을 바라보며 나부터 달라지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래입니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 앨범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의 수록곡이기도 하죠. 다시 편곡한 이유가 있나요?


작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노래입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메인 보컬 뒤로 많은 코러스 라인들을 실타래처럼 엮이도록 녹음했고, 은근히 라틴 아메리카 음악의 정서가 느껴지면서도 신이 나는 팝 트랙, 승전가 같은 콘셉트의 트랙을 만들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고요. 예를 들면 보컬을 명료하고 청초한 느낌보다는 따뜻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발음과 톤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저한테는 전에 발매한 곡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지난 앨범에 수록되었지만 타이틀곡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고요. 앨범 버전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조금 보완하고 새로 믹스해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버전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문화인

-편곡을 직접 하지 않고, 다른 편곡자를 두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일차적인 편곡을 직접 한 상태에서 그것을 바탕으로 제가 추구하는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편곡자를 섭외해 노래를 완성하는 편입니다. 제가 만든 구성과 직접 연주하고 편집한 악기 라인들을 프로듀서가 최종적인 디자인을 할 때 사용합니다.


-함께 할 편곡자를 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평소에 즐겨 만들고, 저의 취향과 노래에 담긴 정신, 세계관을 존중하는 분들과 협업할 때 제일 즐겁고 결과물도 더 좋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를 잘 이용하는 것 같아요.


레트로한 감성의 사운드가 유행하고 있고 저 역시 그런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아서이기도 하겠지만, 톡톡 튀는 상큼함, 구수함, 비장함과 같은 매력을 신스 악기들에서 종종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30~40대 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요즘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보다는 과거에 유행했던 문화와 감성을 동경하는 편이라는 게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취미나 세계관 면에서 제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를 떠나 소수일 것 같지만 30~40대이신 분들 중에서도 저와 가치관이나 스타일이 통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재’분들 또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분들께서 저의 노래를 좋아하신다고 SNS 메시지나 댓글 남겨 주신 분들이 많아요. 특히 젊은 엄마분들은 아이들이 저의 노래에 맞춰 춤추거나 노래하는 영상들도 많이 올려주시고 보내주셔서 재밌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의외로 신스팝이 섬세한 사운드를 내기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요즘은 아티스트 중에 혼자 실험하며 배워나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기계로 편집하는 데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건반악기를 늘 가까이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원리를 이해하기 쉽고 신스팝 등의 장르가 처음 만들어지고 유행했던 시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기 때문에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거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게 되고 그러면 그것을 이해하게 되는 가능성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문화인

-어릴 때부터 건반을 늘 가까이 했다고요. 그때의 꿈도 싱어송라이터였나요?


어렸을 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클래식 피아노를 그만 둔 이후부터 대중음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힘든 시기이기도 했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게 느껴졌던 시기라서 고등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특히 한국 인디밴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곡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렇지만 저는 취향과 목표로 하는 것, 추구하는 것이 뚜렷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기대한 것과 달라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제 자신을 더 확실하게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음악은 제 자신에 대해 아직 생각으로는 정립하지 못한 것들을 추상적으로 나마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거울이나 그림자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삶에 뚜렷한 방향이 필요하고 아직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생각이나 감정이 있을 때 제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도 노래를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명 아이돌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여러 차례 언급이 되기도 했는데, 예상했던 반응인가요?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 산업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실하게 준비하고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알고 표현할 여유도 없이 많은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제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저의 노래들이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효 씨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꼽자면요?


차분하면서도 조금의 그런지함이 있고 투박한 매력이 있는 카디건스(The Cardigans), 포티쉐드(Portishead), 노 다웃(No Doubt) 등의 밴드들을 롤모델로 생각합니다. 메시지가 특히나 좋은 스위치풋(Switchfoot), 릴라이언트 케이(Relient K)같은 밴드도 저의 오랜 롤모델입니다. 한국 뮤지션 중에서는 윤상, 김광진, 롤러코스터, 노영심 등 순수하고 꾸밈없는 노래를 만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우효 씨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이런 세상도 있었지’ ‘이런 세상이 있다니 다행이다’ 같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음악이요. 시각을 넓혀주는 음악이 좋은 음악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 기대할게요.


네. 앞으로는 더욱더 담백하고 꾸밈없고 씩씩한 음악으로 팬들이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 들려주세요.


EP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의 소박한 노래들을 언제나 환영해주시고 기대해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마음의 작은 위안을 가져다주는 노래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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