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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백마강 벨트①] '양당의 균형추' 충청 표심, 어디로 흐를까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3.10 04:00 수정 2020.03.24 11:28

총선 때마다 어느 한 정당 몰지 않는 실리투표

2016 총선도 민주당·새누리당 의석 격차 근소

그 어느 때보다 '빅매치' 많아 표심에 관심 집중

4·15 총선을 36일 앞두고 '백마강 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 부여군 부소산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자료사진). ⓒ뉴시스 4·15 총선을 36일 앞두고 '백마강 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충남 부여군 부소산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자료사진). ⓒ뉴시스

대전의 갑천과 청주의 미호천이 세종 연기면에서 합류해 '충청의 젖줄' 금강을 이룬다. 공주와 청양을 지나 백제 고도 부여군을 휘돌아갈 적의 별칭이 백마강이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로 시작하는 '꿈꾸는 백마강'이 한때 이 지역을 상징하는 옛 노래로 불리기도 했다.


4·15 총선을 36일 앞두고 '백마강 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대선의 법칙'이 충청을 얻는 쪽이 승리한다는 것이라면, '총선의 법칙'은 보다 냉정하다. 충청은 어느 한 거대 정당에 의석을 몰아주지 않고 냉정한 실리 투표를 하거나,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지역 정당에 몰표를 줘서 정치적 경쟁 효과를 극대화해왔다.


지역 정당 없이 치러졌던 지난 2016년 총선에서는 △대전 민주당 4석·새누리당 3석 △충남 새누리당 6석·민주당 5석 △충북 새누리당 5석·민주당 3석 △세종 민주당 성향 무소속 1석으로 거대 양당 사이에서 또다시 균형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사생결단의 자세로 양당이 칼을 빼든 올해 총선에서 충청의 표심은 어디로 흐를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청주흥덕…도종환 상대로 4선 정우택 '험지출마'
청주상당…정정순 vs 황교안 '오른팔' 윤갑근
청주청원…'관록' 변재일과 '패기' 김수민의 대결
충북의 수부(首府) 도시 청주에서 맞대결을 펼칠 후보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정정순 예비후보, 변재일 의원, 미래통합당 정우택 의원, 윤갑근 예비후보, 김수민 의원. ⓒ뉴시스 충북의 수부(首府) 도시 청주에서 맞대결을 펼칠 후보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 정정순 예비후보, 변재일 의원, 미래통합당 정우택 의원, 윤갑근 예비후보, 김수민 의원. ⓒ뉴시스

'백마강 벨트'의 상류로 거슬러올라가면 미호천이 충북의 수부(首府) 도시 청주를 가로지른다. 4석이 걸린 청주4구 중에서 이번 총선의 최대 '빅 매치'로는 단연 청주흥덕이 꼽힌다.


4선 정우택 의원이 19~20대 총선에서 연달아 당선됐던 청주상당을 뒤로 하고 흥덕으로 옮겨왔다. 흥덕은 지난 총선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넘겨받은 도종환 의원이 '비례대표는 지역구 안착이 쉽지 않다'는 징크스를 깨며 45.8%를 득표, 36.6%에 그친 송태영 새누리당 후보를 9.2%p의 큰 격차로 앞서며 재선 고지에 오른 곳이다.


노영민 실장이 원내로 복귀하지 않고, 노 실장의 보좌관을 지낸 이장섭 예비후보는 4선 오제세 의원이 '비문(비문재인) 컷오프' 된 청주서원으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도 의원이 무난히 3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정권의 2인자 '노영민의 아성' 청주흥덕을 두고볼 수 없었던 통합당 공관위가 정우택 의원의 '험지 출마' 결단을 요청하고, 정 의원이 이에 응하면서 서울 종로에 버금가는 '빅 매치'가 충북에서도 벌어지게 됐다.


정우택 의원이 내려놓은 청주상당에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 검사장이 공천을 받았다. '왼팔' 정점식 의원이 지난해 경남 통영·고성 재선거를 통해 먼저 등원했다면, 윤 전 검사장은 한 해 늦게 등원을 노린다. 파평 윤씨 집성촌이 있는 청주상당 미원면 월용리에서 태어나 청주고를 거쳐 황 대표와 같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대검 강력부장과 대구고검 검사장을 역임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청주고 동문인 정정순 후보를 공천했다. 정 후보는 청주고·청주대를 나왔다. 이전에 정우택 의원에게 청주상당에서 도전했다가 쓴잔을 마신 한범덕 후보가 청주시장을 할 때 부시장을 지냈으며, 정우택 의원을 꺾고 충북도지사를 이후 3선째 하고 있는 이시종 지사 밑에서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지역행정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상당구민의 선택이 주목된다.


청주청원에서도 '보색 대비'가 또렷한 승부가 펼쳐진다. 5선에 도전하는 72세 '백전노장' 변재일 민주당 의원의 앞을 1986년생 34세 여성 의원이 가로막았다. 바른미래당에서 중도보수대통합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김수민 의원이다.


변재일 의원은 청원군 북이면 출신으로 청주고·연세대를 나왔으며, 행정고시에 합격해 노무현정권에서 정보통신부 차관을 하던 2004년 총선에 차출돼 이후 내리 4선을 했다. 김수민 의원은 청주 토박이 집안에서 태어나 일신여고와 숙명여대를 나왔다. 숙명여대 시절 학내 디자인 동아리를 벤처기업 '브랜드호텔'로 키워냈으며, 허니버터칩 표지 디자인으로 '대박'을 냈다. 관록과 패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대전 대덕…3선 도전 정용기, 민주당 결국 경선
대전 동…장철민으로 선수교체, 이장우에 도전장
대전 유성을…이상민 아성에 통합당은 경선 중
'충청의 심장' 대전에서 출사표를 낸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주요 지역구 후보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장철민 예비후보, 이상민 의원, 통합당 정용기 의원, 이장우 의원, 신용현 의원. 단, 정용기 의원을 상대할 민주당 후보는 박영순 전 부시장, 박종래 전 지역위원장, 최동식 전 청와대 행정관의 경선이며, 신용현 의원은 육동일 전 당협위원장·김소연 전 시의원과 경선을 치러 이상민 의원의 대항마를 선출한다. ⓒ뉴시스 '충청의 심장' 대전에서 출사표를 낸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주요 지역구 후보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장철민 예비후보, 이상민 의원, 통합당 정용기 의원, 이장우 의원, 신용현 의원. 단, 정용기 의원을 상대할 민주당 후보는 박영순 전 부시장, 박종래 전 지역위원장, 최동식 전 청와대 행정관의 경선이며, 신용현 의원은 육동일 전 당협위원장·김소연 전 시의원과 경선을 치러 이상민 의원의 대항마를 선출한다. ⓒ뉴시스

금강의 또다른 지류인 갑천은 '충청의 심장' 대전을 가로질러 흐른다. 대전 대덕에는 재선 구청장 출신 재선 의원으로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을 지내 인지도와 정치적 체급이 부쩍 높아진 정용기 의원이 버티고 있다.


정용기 의원은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커터칼 테러' 직후 "대전은요?" 바람을 타고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전 구청장 5명 중 4명이 날아가는 역풍 속에서도 대덕구를 홀로 지켜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정 의원은 45.5%를 득표, 33.6%에 그친 박영순 민주당 후보를 '스윙스테이트'인 대전에서는 이례적으로 큰 격차인 11.9%p 차로 눌렀을 정도로 지역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 의원을 겨냥한 전략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박영순 전 부시장, 박종래 전 지역위원장, 최동식 전 청와대 행정관 3자 경선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전 동구에는 역시 구청장 출신으로 최고위원을 지낸 재선 이장우 통합당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선다. 19~20대 총선에서 강래구 민주당 후보를 연파하며 재선 고지에 오른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카운터파트를 바꾸게 됐다. 민주당은 1983년생으로 서대전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으며, 홍영표 원내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장철민 후보를 내세웠다.


대전 유성을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의원이 5선 도전에 나선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56.9%의 높은 득표율로 26.2%에 그친 김신호 새누리당 후보를 '더블스코어'가 넘는 격차로 격파하며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에 맞서 여성 물리학자인 신용현 의원, 육동일 전 당협위원장에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의 3자 경선을 통해 이상민 의원과 맞붙을 최적의 인재를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상향식 공천을 통해 후보들의 경쟁력과 인지도를 자연스레 높여나가며 본선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갑천과 미호천이 금강과 합류하는 연기면은 이번에 조치원읍 등과 함께 세종을(乙) 선거구로 거듭났다. 여기에 충청권을 겨냥한 통합당의 야심찬 카드가 꽂혔다. 세종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통합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조성한 노무현정권의 청와대 정책실장, '세종시의 설계자'라 불리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전진배치한 것이다.


민주당은 세종을 지역구로 하는 7선의 이해찬 대표가 이미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노무현정권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전 위원장은 같은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 대표를 향해 맞붙고 싶다고 했지만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해찬 대표가 김병준 전 위원장에 대항할 카드를 놓고 숙고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을…회심의 김병준 포진, 민주당 카드 '주목'
부여공주청양·보령서천…20대 총선 '리턴 매치'
아산을…강훈식에 '새로운 선수' 박경귀로 승부
충남의 최대 '빅 매치'로 꼽히는 부여공주청양을 비롯해 보령서천, 아산을 등에서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후보 간의 격돌이 예상된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박수현 전 의원, 나소열 예비후보, 강훈식 의원, 통합당 정진석 의원, 김태흠 의원, 박경귀 예비후보. ⓒ뉴시스 충남의 최대 '빅 매치'로 꼽히는 부여공주청양을 비롯해 보령서천, 아산을 등에서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후보 간의 격돌이 예상된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박수현 전 의원, 나소열 예비후보, 강훈식 의원, 통합당 정진석 의원, 김태흠 의원, 박경귀 예비후보. ⓒ뉴시스

세종을 지나면 금강은 충청남도로 빠진다. 부여에서 태어나 공주고를 나온 뒤, 헌정사상 최다선인 9선 의원에 국무총리를 두 차례나 역임한 '영원한 2인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묻힌 땅 'JP의 아성' 부여공주청양이 나온다.


이 지역구에서는 JP 정치적 유지의 정통 계승자라 불리는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5선에 도전한다. JP가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결별해 민자당을 탈당, 성패가 불투명했던 자민련 창당 모험에 나설 때 비례대표(전국구)를 던지고 주저없이 따라나섰던 '충절의 충청인' 정석모 자민련 부총재의 아들이다. 부친이 충남 공주를 중심으로 6선을 했으며, 그 아들인 정진석 의원은 4선을 했다.


정진석 의원과 맞붙는 상대는 노무현정권에서 첫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이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고민정 전 대변인이 맞붙는 서울 광진을에 버금가는 전국 규모의 격전지이자 충남의 최대 '빅 매치'다. 박수현 전 의원은 그가 청와대를 나가면서 문재인정권의 소통 기능이 허물어져버렸다고 평가될 정도로 '소통의 달인'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공주의 남자'라 불린 박수현 전 의원의 지역구 공주시와 'JP의 정통 계승자' 정진석 의원의 지역구 부여군·청양군이 합구되면서 공주에서는 박 전 의원이 압승, 부여·청양에서는 정 의원이 압승한 끝에 전체적으로는 정 의원이 48.1%, 박 전 의원이 45.0%였다. 이번 총선은 '리턴 매치'로 충청권 전역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이 '백마강'이라 불리는 부여 지역을 휘돌아가 나가면 충남 서천군을 통해 서해 바다로 흘러간다. 충남 보령·서천은 한때 '충청대망론'을 꿈꾸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충남도지사를 하던 때에 정무부지사를 한 김태흠 의원의 지역구다.


보령시 웅천읍 출신으로 공주고와 건국대를 나온 김태흠 의원은 한때 'JP의 복심'이라 불린 김용환 전 재무장관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국민회의·자민련 연립정권이 수립돼 JP가 국무총리가 되자, 총리실에 들어가 정무를 담당했다. 19대 총선에서 KBS 출신 류근찬 전 의원을 세 차례 도전만에 꺾고 등원한 뒤, 20대 총선에서 재선 고지에 올랐다.


20대 총선에서 김태흠 의원과 대결했던 당사자, 나소열 예비후보는 이번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천군 마서면 출신으로 서천군수를 지냈다. 당시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과반을 넘긴 50.7%를 득표해, 44.7%에 그친 나 후보를 6.0%p 차이로 따돌렸다. 선거전은 보령에서는 김 의원이, 서천에서는 나 후보가 압승한 전형적인 소지역주의 양상을 띄었다. '리턴매치'에서는 이와 같은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그외 충청권에서 관심을 끄는 지역구로는 '백마강 벨트'인 금강 유역과는 이격돼 있으나 충남 아산을이 꼽힌다. 중앙정계에서 맹활약하며, 잇단 설화를 빚은 홍익표 의원을 대신해 초선인데도 이례적으로 수석대변인을 꿰찬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통합당에서는 이에 맞서 아산 공세지구 공유수면을 매립해 복합임해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평택·당진과 함께 트라이포트(Tri-Port)로 육성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박경귀 예비후보를 단수공천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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