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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대세론’ 류현진, 왜 2위에 그쳤나

김윤일 기자
입력 2019.11.14 14:03
수정 2019.11.15 07:06

총점 88점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

강력함과 거리 멀었으나 ERA 타이틀 큰 영향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류현진. ⓒ 뉴시스

류현진이 아쉽게 사이영상을 놓쳤으나 아시아 선수 최초로 1위표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19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서 1위표 1장을 비롯해 2위표 10장, 3위표 8장 등 총 88점을 얻어 2위에 올랐다.

올 시즌 사이영상은 1위표 29장, 2위표 1장으로 총 207점을 기록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예상대로 가져갔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만장일치 수상을 저지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투표 결과였다.

당초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디그롬이 압도적인 득표로 상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디그롬은 올 시즌 11승 8패 평균자책점 2.43, 255탈삼진이라는 걸출한 성적을 찍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승수였으나 이는 사이영상 수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음이 2년 연속 증명됐다. 디그롬은 지난해에도 고작 10승에 그쳤지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앞세워 생애 첫 사이영상을 거머쥔 바 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득표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사이영상 득표에 승수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경향이다. 이는 팀 타선의 지원과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야 하는 승수 대신 투수 개인의 능력치가 오롯이 반영된 기록들이 더 중시되는 양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영향으로 세분화된 기록들이 등장, 보다 효율적인 기록을 내는 투수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그롬은 승수(11승)에서만 10위권 밖으로 밀렸을 뿐, 다른 주요 부문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구위의 강력함을 대변하는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고, 가치 평가의 척도가 되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베이스볼 레퍼런스’와 ‘팬 그래프’ 모두 1위에 올라 최고 투수임을 증명했다.

사이영상 1~5위 투수들의 주요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평균자책점 역시 여전히 투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1순위 지표임이 류현진을 통해 드러났고, 이는 득표로도 잘 나타난다.

이번에 2위표를 받은 투수는 디그롬(1장)을 비롯해 류현진(10장), 슈어저(8장), 잭 플래허티(5장), 스티븐 스트라스버그(6장) 등 총 5명이다. 압도했던 디그롬을 제외하면 4명의 투수가 2위권을 형성한 셈이다.

강력한 스터프는 사이영상 득표에 많은 이점을 가져오는 요소다. 아쉽게도 류현진은 이 부분에서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피안타율은 2위표를 받은 선수들 중 가장 높았고 탈삼진 개수도 내셔널리그 22위에 머물렀다. 또한 200이닝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꾸준함에서 어필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볼넷이 적었고(9이닝 최소 볼넷 전체 1위), 무엇보다 평균자책점 전체 1위라는 타이틀은 류현진이 총점 2위에 오르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 비록 수상은 실패했으나 동양인 첫 1위 득표라는 성과만으로 자랑스러운 한 해를 보낸 류현진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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