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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소화불량①] ‘예측 불가’ 증시에 지친 개미, 3%대 예금 찾는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08.01 07:02
수정 2026.08.01 07:02

국내 증시 시총 15% 감소…ETF 몸집은 22% ‘뚝’

예금 24조 늘어…극단적 변동성, 안전자산 수요↑

‘고금리’ 고객 유치 나선 은행권…4% 돌파 전망도

“롤러코스피, 피로감 누적…확정 금리 예금 매력”

배부르게 수익을 누리던 개미들이 난데없는 ‘급체’에 시달리고 있다.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코스피는 급격한 변동성을 마주했고, 투자자들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반등을 기대하는 대신 ‘일단 피하자’는 심리가 커지면서 돈의 흐름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이 선택한 피난처는 어디인지, ‘주식 소화불량’에 걸린 자금의 행방을 추적해봤다. [편집자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 “주식은 하루에 10%씩 움직이는데, 예금은 잠만 자도 이자가 들어오네요. 차라리 돈을 예금에 넣어둘 걸 그랬어요. ”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보유 주식 일부를 정리한 뒤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상반기 내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지만, 7월 들어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원금 보장 상품으로 갈아탄 것이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3059조1509억원으로, 6월 말(3605조5233억원) 대비 15.15% 감소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몸집도 쪼그라들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512조4080억원(6월 30일)에서 398조339억원(7월 30일)으로 22.32% 줄었다.


반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단기간 급증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의 정기예금 잔액은 7월 29일 기준 973조4942억원으로, 6월 30일(949조3398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4조원 넘게 증가했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등 예측 불가한 흐름을 보이자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으로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코스닥 사이드카는 연초 이후 각각 43회, 27회 발동됐고 지난달에만 15회, 12회 발동됐다.


특히 7월 28일과 29일에는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코스피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곧바로 반전됐다.


전날(7월 31일) 코스피는 역대 최대 상승률인 17.91%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 상승률인 2008년 10월 30일 11.95%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 같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지목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8.04%, 38.61% 급락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1000만원→3000만원 상향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해 “시장·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혁명에 대한 확신이 덜한 것”이라며 “모든 게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국장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높은 수익률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원금 손실 우려가 적은 예금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5대 의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올라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 속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연 0.3%포인트 상향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연 3.2% 안팎으로 올라섰다.


인터넷 전문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예금 금리는 연 4%에 육박한다. 저축은행들은 최고 4%대 중반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등 자금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예금 금리가 연 4%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예금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줄어든다.


2%대에 머물던 예금 금리가 3%대로 속속 올라선 만큼, 시중 유동 자금이 예금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으나, 최근 코스피 조정 과정에서 대형주까지 크게 출렁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예금으로 일부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변동성에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롤러코스터 장세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확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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