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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의 외로운 도전 下] '왕관의 무게' 서울 총선 이끌듯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8.12 01:00
수정 2019.08.12 05:39

羅, 4선으로 서울 최다선…내년 총선 중압감

유승민 서울 출마 언급, 무거운 책임감 방증

羅, 4선으로 서울 최다선…내년 총선 중압감
유승민 서울 출마 언급, 무거운 책임감 방증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당원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연단 위로 등단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정국에 큰 파란을 불러일으킨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가리켜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했다.

나 원내대표가 목전의 정무·원내 현안을 다루는 문제를 넘어서, 내년 4·15 총선의 서울 승패에 얼마나 큰 중압감을 느끼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300석 중 49석이 걸려 있어 경기(60석)와 함께 전국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특별히' 낮은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의 한국당 지지율은 20.8%로 광주·전남북(11.3%) 다음으로 낮았다. 호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서울의 한국당 지지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지지율(37.7%)과는 거의 '더블스코어'에 가깝다.

황교안 대표의 대권주자 지지율도 서울에서는 17.6%에 머물러, 호남(8.0%)·경기(16.2%) 다음으로 낮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도 당대표 귓전에는 주로 영남권 의원들만 포진해 있다는 비판이 많다. 서울 권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수도권 의원과 영남 의원이 체감하는 민심이 지금처럼 간극이 크게 벌어진 적이 없다"며 "대표 주변이 영남 의원 일색인 게 아무래도 대표에게 전달되는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선 의원으로 서울 권역내 최다선 의원이자, 특유의 대중성과 파급력·집중도로 서울·수도권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나 원내대표의 중압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한국당 정치인들, 분분한 '서울 엑소더스'
'외로운 도전' 4·15 총선까지 이어질 수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3 재·보궐선거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나 원내대표도 앞서 지난해말 원내대표 출마를 결단할 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지지율이 워낙 열세이기 때문에, 지금은 사실 수도권 원내대표가 필요한 게 핵심"이라며 총선에서의 역할을 자임했었다.

하지만 딱히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여러 이유로 서울의 한국당 지지율이 저조한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사이, 서울의 한국당은 마치 '공동화 현상'처럼 무너져내리고 있다.

서울의 특정 지역구에서 의원을 했던 인사가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경북(TK)의 안전한 지역구로 낙향해 당내 현역 의원과 공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서울의 지역구에서 여러 차례 출마했던 인사도 당협위원장도 버린 채 영남행을 노리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심지어 서울 강북의 험지에서 출마해 여러 차례 당선됐다는 것을 자신의 정치이력의 자랑거리로 즐겨 이야기하는 전직 당대표급 인사가 대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까지 돈다"며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만 보면 마치 서울은 한국당의 험지를 넘어 사지(死地)인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현재의 지도부로 정당 지지율의 획기적인 반등이 이뤄지지 못하면, 정기국회가 폐회하는 올 연말에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나 원내대표는 서울 권역을 책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는 광진을을 맡아 최근의 땡볕에도 거리에 파라솔을 펴고 책임당원을 가두모집하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도 있지만, 오 전 시장은 이번에는 본인 선거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국당 관계자는 "시장이 2016년 총선 때 당의 서울 권역 지원유세 요청에 응하느라 종로에서의 초반 압도적 우위를 지켜내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지 않느냐"며 "이번에는 선대위 체제로 돌입하더라도 서울 권역에 책임을 지는 역할은 사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총선에 서울 권역 '역할' 피할 수 없어
정치역정 세 번째 시험대…'무게' 견뎌내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지역구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결국 서울 총선을 나 원내대표가 책임지게 되는 흐름으로 갈 공산이다. 서울의 한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인 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도 "당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 원내대표의 인기는 압도적"이라며 "총선에서 지원유세를 모신다고 하면 단연 0순위"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 또한 다가올 총선을 정치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시험대로 간주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7대 비례대표에서 18대 지역구 의원으로 착근할 때 △33개월의 정치적 공백을 극복하고 2014년 7·30 보궐선거로 원내에 복귀할 때에 이어 세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비례대표가 다음번 총선에서 살아남는 확률이 극히 적다. 우리 당의 19대 비례 의원들은 20대에서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면서도 "17대 비례대표로 등원한 나 원내대표는 18대 총선에서 결코 좋은 지역구라 할 수 없는 중구에서 현역 의원의 배우자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저력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당의 대권주자급 인물조차 출마를 극력 피했던 험지 서울 동작을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의 후보단일화까지 넘어서서 33개월의 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정치적 부활을 이룬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유권자와의 공감 능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를 보여주는 실례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맡은 뒤로 지역구 관리를 할 시간이 예전보다 현격히 부족해졌다. 최근 점심시간에 짬을 내 동작구의 경로당과 도서관을 찾은 나 원내대표는 도서관에 있던 20대 청년으로부터 먼저 명함을 달라는 요청과 함께 "존경한다. 힘내시라"는 응원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나 원내대표는 "요새 내가 인터넷에서 공격을 많이 받지 않느냐"라며 "그런데도 젊은 청년이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고 힘이 나더라"고 털어놨다.

한국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도 있다"며 "본인의 선거 결과를 포함해 서울 지역 한국당의 총선 결과에 따라, 나 원내대표가 향후 정치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점에 큰 폭의 변동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바라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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