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파장] 멀어진 아베, 결국은 아베
입력 2019.08.05 02:00
수정 2019.08.05 06:02
걷잡을 수없는 관계 악화 "결국 한일정상이 만나서 풀어야"
'특사파견→의제조율→정상회담' 조언…톱다운 방식도 대안
걷잡을 수없는 관계 악화 "결국 한일정상이 만나서 풀어야"
'특사파견→의제조율→정상회담' 조언…톱다운 방식도 대안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추가 경제보복을 감행하면서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통상부문은 물론 안보분야에서도 협력중단이나 충돌을 예고하면서 1965년 한일 국교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나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도발로 대립했을 때에도 경제‧안보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일관계다. 악화일로를 걷던 대일외교가 문재인 정부들어 벼랑끝까지 온 것이다.
최악으로 치닫지만 결국 열쇠는 '정상 간 대화'
문제는 한일 양국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에 올라탔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긴급 국무회의에서 "일본이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대일보복 맞대응 카드를 뽑았다. 즉각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를 시사했다.
양국 정부가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면서 한일 갈등을 해결할 외교적 실마리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지만, 결국은 양국 정상이 만나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적대적 관계'였던 북미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은 것처럼 한일도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 방안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분노의 메시지'를 전한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 정부는 지금도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원치 않습니다. 멈출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일본 정부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공식적으로 3번 '아베와 만날 기회'
일본의 반응과 관계없이 우리 정부는 꾸준히 대화의 문을 노크해왔다. 이미 청와대는 지난 7월 일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사'를 일본에 두 차례 파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일본이 우리정부의 대화 노력을 무시했지만, 거듭 대화의 손길을 뻗었던 셈이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옹졸한 아베의 리더십에 말리지 않고, 우리가 통크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고, 정부 인사도 "상황이 이렇지만, 먼저 다가가야 하는 쪽은 우리"라고 했다. 특사 파견을 통해 의제 등을 조율하고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일본이 수출규제를 유예하는 형식으로 출구를 찾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아직까진 정상회담 테이블이 마련될 분위기가 아니다. 연내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는 9월 하순의 유엔 총회, 10월~11월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 11월 칠레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