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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현대판 ‘마녀사냥’...알파고 아버지도 게임 개발자”

김은경 기자
입력 2019.05.29 14:51 수정 2019.05.29 17:02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게임 관련 범부처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복지부 장관·보건복지위 위원장·국회의장 항의 방문 예정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 위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연합뉴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 위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연합뉴스

“19세기에는 소설, 20세기에는 TV였던 현대판 '마녀'가 게임이 돼 가고 있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드 하사비스가 게임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호소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게임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게임업계가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56개 게임 협단체와 33개 대학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공대위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이 게임에 대한 사망선고와 다름없다며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애도사를 발표했다.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은 어린 시절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을 처음 만난 순간을 추억하며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청소년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게임 과몰입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공략하는 즐거움에 시간이 가는 줄 몰라서 게임이 너무 좋아서 업계에 뛰어들었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며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줄어들어 갔다”고 말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을 세상에 설득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25일 저녁 비보를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휩싸였다"며 "게임에 몸담은 많은 종사자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술로 밤을 지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탄했다.

게임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되면 게임과 e-스포츠 문화를 선도해 온 국내 게임업계의 자부심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더 이상 우리에게 임요한·장재호·페이커 같은 스타 선수들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은 “한국에서 ‘왜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느냐’며 ‘왜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개발하지 못하냐’고 말할 때도 우리는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게임 문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이 될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공대위 위원장을 맡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이제 게임 뿐 아니라 인터넷·유튜브·영화·만화에도 ‘질병’의 굴레가 씌워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업계와 학계가 똘똘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위 회장은 “게임이 문화가 아니라는 자들에 대항해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며 "지능적으로 변신해 온 그들의 논리에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애도사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황 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애도사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황 회장,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정석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최요철 차세대융합콘텐츠산업협회 회장.ⓒ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공대위에 참여한 33개 대학교 대표로 나선 김주명 대학생 공대위 대표는 ‘게임 자유 선언’을 통해 게임이 젊은이들의 살아 있는 문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게임은 소중한 문화이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여는 창으로 5000년 역사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혁신의 산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무엇보다 게임이 청소년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삶에 위안을 주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대위는 이 날 게임질병코드 국내 도입 반대운동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에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국방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게임 관련 범부처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국회의장을 만나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공대위 상설 기구화를 비롯, ▲사회적 합의 없는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 도입 강행 시 법적대응 검토 ▲국내외 공동 연구 추진 및 글로벌 학술 논쟁의 장 마련 ▲게임질병코드 도입 전후 관련 자주묻는 질문(FAQ) 자료 제작 및 배포 ▲게임스파르타(파워블로거) 300인 조직과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 ▲모니터링팀 조직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대 활동 강화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 검토 등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WHO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 마지막날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 등 70여개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6C51’ 코드가 부여된 게임중독은 정신적·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됐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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