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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질병’...“청소년에 ‘정신병자’ 낙인 전 가정환경 개선부터”

김은경 기자
입력 2019.05.28 13:10 수정 2019.05.28 13:15

가족 내 친밀감 낮은 청소년, 게임 ‘탈출구’ 삼아

‘닫힌 사회’서 정신질환자 코드…“진학·취업 시 문제”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본부장(왼쪽 두 번째)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경석 본부장 오른쪽부터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G식백과),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본부장(왼쪽 두 번째)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경석 본부장 오른쪽부터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G식백과),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가족 내 친밀감 낮은 청소년, 게임 ‘탈출구’ 삼아
‘닫힌 사회’서 정신질환자 코드…“진학·취업 시 문제”


“자녀에게 정신병자 낙인이 찍히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일차적으로 왜 자녀가 게임에 과몰입하게 됐는지 가정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예방 교육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상담 기관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본부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공동 개최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 본부장은 “게임이 마약처럼 근본적으로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게임 과몰입 실태 조사 결과, 전체 게임 이용자 중 과몰입률은 3% 미만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2000여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를 진행한 결과, 게임 과몰입 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이 일반 군으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일반 군에 있던 청소년이 게임과몰입 군으로 이동한 사례는 50% 이상으로 빈번했다. 최종적으로 게임 과몰입 군으로 유입된 청소년은 1.4%에 불과했다.

강 본부장은 “청소년기에 친구들과 공유하는 놀이 문화 중 하나가 게임이다 보니 쉽게 게임에 몰입했다가 또 쉽게 빠져나오곤 한다”면서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폐고 과잉조치”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게임 과몰입은 게임 자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라는 의견이다.

강 본부장은 “집안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이 탈출구, 혹은 해방구로 삼는 것 중 하나가 게임이다. 도박이나 약물 등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과 달리, 게임 과몰입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MRI 촬영 결과를 봐도 뇌에 구조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본부장은 국내 도입 시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적인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10대 청소년에게 정신질환자라는 코드가 매겨지면 대학에 진학할 때, 또는 취업할 때 우리나라처럼 닫힌 사회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 의견이다.

이어“학부모단체에서 지금은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국내 도입에 적극 찬성을 하지만 나중에 정말 자기 자녀가 정신질환자가 된다고 했을 때 받아들일 부모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게 오히려 큰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영순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도 실제 현장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닌 환경의 문제라고 거론했다.

전 팀장은 “게임 중독을 ‘치료’로 접근하기보다는 ‘관리’적인 측면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면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도 게임과 마찬가지로 가족 내에서 친밀감이 낮거나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다른 쪽으로 몰입했다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들이 자녀가 게임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중독자가 될까 봐 걱정되기보다는 내 자녀를 내 맘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걱정하는 이유가 더 크다”면서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고 있는지 부모들께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WHO에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게임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WHO 총회에서 의결됐더라도 WHO 보건의료분야 표준화 협력센터(FIC)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수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WHO에 지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는 한편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에 도입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협의체를 구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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