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제안…실현 가능성은 '글쎄'
입력 2018.08.17 00:00
수정 2018.08.17 05:57
갈길 먼 비핵화·제재철폐·재원조달…"그 누구도 북한에 투자 안 해"
갈길 먼 비핵화·제재철폐·재원조달…"그 누구도 북한에 투자 안 해"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6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축을 제안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동체는 우리경제 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동아시아 에너지·경제 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 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번 구상은 남북이 판문점선언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남북철도 연결사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막대한 재원 조달, 대북제재 전면 철폐 등 만만 않은 장벽들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이상 다자협력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향후 북한이 핵 도발을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와 갈등이 격화될 경우 사업역시 무산되는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남북경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에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가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결국 2016년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은 문을 닫았고 여기에 투자한 기업들은 많은 손해를 입었다. 철도 사업도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북한 철도의 현대화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도 쉽지 않은 문제다.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북한인프라연구센터장에 따르면 북한은 방대한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랜 경제난과 이로 인한 유지보수 및 현대화의 지체로 실제 수송능력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서종원 센터장은 "시설물 전반에 걸쳐 심각한 노후화는 표정속도 저하, 정시성 하락, 잦은 탈선사고 등으로 이어지고 전력 공급도 부족해 정상운행에 큰 제약을 주고 있다"며 "신호·통신의 현대화 수준이 낮아 안전운행과 운행 효율성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철도 현대화에 필요한 예상 비용은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8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토교통부는 경의선·동해선 연결 및 보수에 6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의 총 철로연결 사업비용으로 최대 37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북한이 참여하는 철도 협력사업에는 대규모 비용 투입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제한하고 있는 대북제재가 근시일내 전면 해체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객원교수는 15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 때문에(동아시사철도공동체는) 이뤄질 수없다"며 "제재가 있는데 그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인권문제’라는 복병이 남아있다.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가 전면 철폐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크게 5가지 조건에 대해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을 이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조건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핵·생화학·방사능 무기 프로그램 폐기 ▲정치범수용소에 억류된 모든 정치범들의 석방 ▲평화적 정치활동에 대한 검열 중단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 확립 ▲북한이 납치하거나 불법적으로 억류하고 있는 미국 시민에 대한 완전한 해명과 송환 등이다.
도경옥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지금도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평화적 정치활동에 대한 검열 중단이나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의 확립 역시 현 북한 체제에서는 단기간에 유의미한 진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분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