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대기업 절반, 근로시간 단축에 경영 실적 우려”
입력 2018.06.06 11:00
수정 2018.06.07 09:19
근로시간 단축으로 애로 가장 큰 곳은 생산부서
신규 고용인력 인건비 지원이 정책효과 높아
신규 고용인력 인건비 지원이 정책효과 높아
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의 대기업이 경영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부서가 가장 큰 애로를 겪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017년 매출액 600대 기업 중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업종에 속한 3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응답기업 112개사)를 실시한 결과, 55.4%(62개 기업)가 근로시간 단축이 영업이익 등 전반적인 경영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비중(19.6%·22개 기업)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사항(중복응답)에 대해서는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축소된 임금보전 요구(35.7%) ▲생산성향상 과정에서 노사간 의견 충돌(35.7%) ▲계절적 요인 등 외부 수요변화에 따른 생산조절 능력 저하(29.5%) ▲종업원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8.6%) ▲신제품개발 및 연구개발 기능 저하(15.2%) ▲협력업체 납기지연에 따른 생산차질(10.7%) 등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장 많은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서(중복응답)와 관련해서는 72.3%(81개 기업)가 생산현장인 공장이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연구개발(R&D) 부서(22.3%), 영업 부서(19.6%), 인사부서(13.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연구개발 및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기업들의 87.5%는 제도시행 전까지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준비 정도는 ▲법안통과 전 대응체계 구축 및 현재 준비 완료(16.1%·18개사) ▲법안 통과 전 시범사업 추진 및 7월 1일 전사업장 적용(23.2%·26개사) ▲법안 통과 후 대책마련 및 7월 1일까지 완료 예정(48.2%·54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주요 대응계획(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생산성 향상 대책 추진(74.1%) ▲신규인력 채용(27.7%) ▲일부 업무외주화(12.5%) ▲해외공장 이전 검토(1.8%) 등의 순으로 나타나 기업들이 주로 생산성향상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해석된다.
생산성향상을 주요 대응계획으로 선택한 기업(83개)을 대상으로 대책을 조사(중복응답)한 결과, 사무․연구개발 분야는 ‘유연근로시간제 실시’(54.2%), ‘집중근로시간제 실시’(43.4%), ‘칼퇴근 문화정착’(34.9%), ‘회의시간 축소’(25.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생산현장은 ‘교대제 개편’(50.6%), ‘근로시간 유연화’(32.5%), ‘스마트공장 추진’(31.3%), ‘인력전환배치’(22.9%) 순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한경연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서 사무․연구개발, 생산현장 등 기업 전 분야에서 근로시간 유연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25.9%(29개 기업)가 실시하고 있고 74.1%(83개 기업)는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업무관리 감독’(41.4%), ‘단위기간이 짧아서 근로시간 유연화 효과 감소’(34.5%), ‘운영방법 정보부족’(10.3%), ‘노조 협의의 어려움’(6.9%) 등을 애로사항으로 응답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은 ‘현재까지는 1주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한 상황’(32.5%), ‘업무 특성상 불가능’(31.3%), ‘노조 동의의 어려움’(22.9%), ‘단위기간이 짧아 효과 없음’(7.2%) 등을 미실시 이유로 응답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한국 노동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한 제도보완 방안(중복응답)으로 57.1%(64개 기업)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근로시간저축제도 도입(33.9%)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체계 구축 지도(32.1%)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제도 도입(19.6%) ▲연장근로수당 할증률 인하(13.4%)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근로시간저축제도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유급휴가를 적립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먼저 휴가를 사용한 뒤 연장․야간․휴일근로로 이를 대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제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받는 관리직·행정직·연구개발 등 전문직·컴퓨터직·외근영업직 근로자 등에 대해서는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이 필요하고 응답한 기업(64개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규칙에 따른 단위기간은 ‘현행 2주일에서 3개월’로 연장하자는 의견(64.1%)이 제일 많았다.
노사 서면합의에 따른 단위기간은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75.0%)이 제일 많았다.
한경연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필요성이 높아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근로시간 유연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단위기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기업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향후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 58.9%(66개사), 긍정적 영향 24.1%(27개사), 영향 없음 17.0%(19개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이 노사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27개)들은 ‘불필요한 업무감소’(40.7%),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인식공유’(40.7%), ‘생산성향상을 위한 노사간 협의 활성화’(18.6%) 등을 긍정적인 이유로 응답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66개)들은 ‘노조의 임금보전 요구에 따른 임금협상 난항’(66.7%), ‘인력전환 배치 과정 노사의견 차이’(13.6%), ‘근로효율성 제고 과정에서 노조 갈등’(12.1%), ‘생산공정 신속화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4.5%) 등을 부정적 영향의 이유로 응답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신규 고용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일부 지원’(37.5%), ‘기존 근로자 임금 감소분 일부 보전’(20.5%), ‘설비투자 융자 지원’(20.5%), ‘근로시간 유연화 등 컨설팅 지원’(14.3%) 등의 순서로 효과가 높다고 조사됐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해서 기업들이 근로시간 유연화 등 생산성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과정에서 노조의 임금 보전 요구, 노사 간 의견 충돌, 추가 인건비 부담 등이 주요 애로사항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매진해야 하고, 탄력적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선진국 주준으로 연장하는 등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