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희정·이재명, 상대방 '아킬레스건' 건드려
입력 2017.03.14 17:35
수정 2017.03.14 17:40
문재인 '김종인 등 비문계 대거 탈당' 못 막아 "통합 리더십 부족"
안희정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유용' 이재명 '음주운전 등 전과 보유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14일 지상파 4사 합동 TV토론회에서 ‘예상치 못한’ 공세에 직면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공개 토론석상인 만큼, 각 캠프별로 저마다 ‘비밀 병기’를 준비해 상대 후보를 당황케 하는 등 앞선 두 차례의 토론과 비교해 한층 격해진 공세를 펼쳤다.
그간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엔 역대급 규모의 캠프에 비해 측근들의 문제가 잦았고, 인사 검증보다는 세 규합에만 무게를 둔다는 점이 주 타깃이 됐다. 또한 중위권 쟁탈전이 한창인 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각각 대연정론에 따른 정세성 논란과 선심성 공약 부분에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선 당초 거론되지 않았던 의외의 공세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칼을 꺼내 든 최성 고양시장은 안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해 복역한 점을, 이 시장이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기록을 보유한 점을 지적하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그는 우선 안 지사를 향해 “2002년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며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한 안 지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언론보도를 인용하며 "안 지사가 만약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상황이라면 대통령 탄핵 이후 적폐를 청산할 대선후보로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안 지사는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시 변통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미 사과를 드렸다"며 “최종판결문은 이미 다 공개됐고, 개인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인정했으며 그에 상응하는 벌도 받고 책임도 졌다. 공천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전당대회와 도지사 선거에서 이러한 사실을 전제하고도 도민들로부터 공적인 선택을 받았다. 그로써 정치적 사면을 받았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안 지사는 최 시장의 이러한 공격에 굳은 표정으로 “같은 당 동지한테 그런 방식으로 질문을 받을지는 몰랐다”며 다소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지사는 앞서 200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은 뒤 당 공천 등에서 원천 배제됐으며, 이후 두 차례 도지사 선거에 당선된 바 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에선 사실상 해당 문제에 대해 안 지사가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표격’으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 시장은 이어 이 시장을 향해 "음주운전을 포함해 전과, 논문표절 등 부분에 대해 너무 당당하다“고 운을 뗀 뒤 "성남시는 작년 초 음주운전을 한 번만 하더라도 승진제외, 보직박탈을 하겠다고 했고, 공직사회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면 공천에서 탈락한다. 청문회에선 논문표절만 나와도 장관 인준이 거부된다"며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젊은 시절의 음주운전은 제 잘못이고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린다"면서도 "나머지 2개의 전과는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부정부패를 청산하기 위해 희생적으로 싸우다 생긴 일"이라며 "논문 표절 건은 야간특수대학 논문으로서 충분하다는 최종 결론이 났고, 논란조차 싫어서 반납했지만 대학에서는 공식적으로 괜찮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반면 최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선 “자치 분권 개헌에 대한 문 후보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 해달라”며 사실상 발언 기회를 적극 내어줬다. 이에 문 전 대표도 “그 부분이야말로 제가 가장 먼저 주장했던 내용이다. 지난번 대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같은 공약을 했다”고 화답했다.
한편 그동안 중재적 입장에 머물렀던 안 지사는 이날 ‘김종인 전 대표 탈당’ 카드를 꺼내들며 문 전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작심 공세를 펼쳤다. 앞서 안희정캠프는 전략 단위 기자간담회에서 “토론회 때 문 전 대표를 당황케 할 만한 ‘비밀병기’를 준비했다”고 예고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안 지사는 지난해 총선 당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을 언급한 뒤 “안타깝다고만 했을 뿐, 본인이 영입한 분을 직접 찾아가거나 설득도 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손학규·박지원·김한길·안철수 등 모두 당을 떠났다. 문 후보가 당의 전직 대표이자 실질적 리더로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고도 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와 생각의 차이가 많지만 경제민주화만큼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모셔왔다”면서도 “김 전 대표의 방식은 정당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당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무조건적으로 ‘나를 따르라’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비문(비 문재인)계 중량급 인사들이 탈당 또는 분당을 선택한 데 대해선 “당내 권력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면 그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그것은 혁신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고 혁신에 반대한 분들이 당을 떠난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당은 혁신을 해냈고 총선승리를 통해서 정권교체의 주체로 성장하지 않았느냐”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