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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인용] '태극기' vs '촛불' 세대결 절정…헌재 앞 긴장 '최고조'

하윤아 기자
입력 2017.03.10 13:25
수정 2017.03.10 18:08

탄기국 측 파면 결정 직후 눈물…일부 참가자 "헌재 쳐들어가자"

퇴진행동 측 "탄핵은 우리의 힘"…환호성 내지르며 청와대 앞 행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사거리에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길에 경찰 차벽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 당일인 10일, 탄핵 찬반 양측의 세 대결이 절정에 치달았다. 찬반 세력 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헌재의 판결을 전후해 찬반 집회 장소 인근을 둘러싼 양측 간 긴장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탄핵 찬반 단체의 충돌이나 무력시위 등 돌발 상황 발생에 대비해 헌재와 청와대 주변 등 도심 일대에 271개 중대 경찰병력 2만 1600여명을 투입했다. 실제 양측 집회는 약 200m 거리를 두고 진행됐으나, 사이 이동 경로는 경찰차벽과 병력 등으로 모두 가로막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안국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 현장에 700만명의 인원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은 한쪽 손에는 태극기, 한쪽 손에는 '탄핵 무효',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신 "탄핵 각하"를 외쳤다.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연단에 올라 "(탄핵이) 인용되는 어떤 경우에도 태극기는 멈추지 않는다"면서 "각하되면 우리를 매도한 사람들을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모인 국민 힘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면서 "우리는 정의와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위해 반드시 태극기를 들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결정되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반대 지지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11시 21분 헌재의 '피청구인 파면' 결정이 나오자 "날벼락이다", "헌법재판소에 쳐들어가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후 탄기국 측은 "우리는 황교안 총리로 뭉칠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했다. 또 "촛불 폭동 세력 진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북한처럼 될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피를 흘려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기국 측은 "이제 우리는 피를 통해서 대한민국 국가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경찰이 그렇게 언론이 그렇게 만들었고 오늘 헌법재판소가 우리의 피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제 태극기를 들고 비폭력적 방법을 포기할 순간이 왔다"고 말해 무력시위 전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결정되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에역에 탄핵 찬반집회 참가자 마찰을 우려해 집회장소 이정표가 부착됐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한편, 박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도 이날 오전 안국역 1, 6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의 탄핵 선고를 앞둔 오전 9시를 기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 '헌법 1조' 등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5000여명의 참가자들(집회 측 추산)은 '박근혜 탄핵 촛불 승리'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박근혜를 감옥으로", "헌재는 탄핵하라", "기각하면 항쟁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용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많은 촛불시민 분들과 여러 조직에서 아침 일찍 이 곳에 모였다. 당연히 결론은 탄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촛불은 민심이다. 박근혜는 감옥가라, 촛불이 승리한다"라고 외쳤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를 감옥으로", "투쟁"을 외치며 탄핵 인용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헌재의 최종 판결를 앞두고 "박근혜를 파면하고 구속하라"면서 "오늘 만약 기각되면 저희는 전국에서 트랙터를 몰고 청와대로 쳐들어갈 각오를 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결정되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도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퇴진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11시 21분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일제히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일부 참가자들은 감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끌어안거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이후 퇴진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항쟁승리 선언문을 낭독했다. 퇴진행동은 "오늘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박근혜를 파면한 것은 시민들의 의지를 수용한 것일 뿐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라며 "이게 나라냐고 할 만큼 망가진 나라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박근혜를 구속하고 공범자들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탄핵은 변화의 시작일 뿐, 광장의 촛불은 지속될 것이고 더 넓게 퍼질 것"이라며 "연대하고 행동함으로써 민주와 평등, 권리와 생명 존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퇴진행동 측은 선언문 낭독을 끝낸 뒤 11시 56분경부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헌재 결정 이후 양측 세력 간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양측 간 접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세종대로 사거리에 차벽을 설치하는 한편, 청와대와 헌재 주변에도 차벽과 병력을 대거 배치한 상태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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