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속사정' 아랑곳없이 출마 재촉하는 여당
입력 2017.03.03 15:04
수정 2017.03.03 15:19
당 "탄핵 전 출마" 등 떠밀어…황, 입장 밝히면 '인용' 염두로 해석
'태극기 민심'에 '배신자' 낙인…출마시 지지율 하락 원인 될 수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선판이 그려지고 있다. 집권당인 자유한국당에 의해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여부에 쉽사리 입을 열 수 없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탄핵 정국에서 국정 관리의 책임이 있는 데다, ‘태극기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동정론에 쏠려 있어서다.
한국당은 3일 탄핵 심판 선고 예상일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황 권한대행 등판 여부를 두고 조급해진 모습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출마 촉구 의사를) 전달하지 않아도 제가 이야기 했으니 언론(보도) 보고 다 보고받지 않았겠나. (당정 끝나고) 나오면서도 저한테 그런 말을 안 하는 거 보면 입장 정리가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날 자신이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결정이 된 후에 출마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나오는 게 좋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막중한 자리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국의 결단으로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마음에서 출마를 결심하고 몸을 불사르겠다고 하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을 향한 한국당의 ‘구애’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도부가 주고받은 ‘쪽지’에서도 드러났다. 정 원내대표는 이현재 정책위의장과 ‘황’ ‘生存’ 등이 적힌 쪽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와 당의 생존을 결부시켜 고민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돌았다. 황 권한대행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출마에 무게를 두고 대선판을 미리 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자리에서 나온 수차례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거나, “기회가 되면 말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때문에 황 권한대행의 말 한 마디마다 해석이 난무했다.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사람이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라는 성경의 구절을 인용한 것을 두고도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본보에 “출마에 대한 생각이 그다지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당에서 계속 부추기면 나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황 권한대행이 한국당의 끊임없는 구애와 야권의 압박에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박근혜 사람’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물론 측근, ‘태극기 민심’도 탄핵 기각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출마 여부를 밝힌다면 ‘탄핵 인용’을 전제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내며 ‘상징’으로 불리는 그는 한 순간에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정권의 안정보다 권력에 몰두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출마한다 하더라도 의미있는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황 권한대행의 현 지지율은 박 대통령 지지층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보에 “집권 여당인 한국당이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선판을 짜고 있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인데, 황 권한대행까지 나서면 ‘태극기 민심’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든 안 하든 현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국정 혼란만 가중시킨다. 한국당도 탄핵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출마를 부추겨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2일 브리핑을 통해 “점입가경이다. 이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전에 출마를 결정해야 임팩트가 크다’면서 국민 앞에서 훈수까지 두고 있으니, 그 후안무치함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해도 대통령 유고 상태에서 권한대행까지 후보로 내세우고자 부추기는 모습은 정말 꼴불견이다. 탄핵정국을 빚어낸 것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