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개혁 과제에 동의하면 자유한국당도 좋다"
입력 2017.03.02 17:40
수정 2017.03.02 17:44
예비내각·개헌 이슈 등 문재인과 이견 드러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면 원내 교섭단체 누구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며 자유한국당도 '대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재차 밝혔다.
안 지사는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협치의 틀과 방법론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 누구라도 좋다. 자유한국당하고도 여러 개혁 과제에 대해 논의해야 타계책이 나온다"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대연정론'을 제안해 당 안팎에서 "표를 얻기 위한 지나친 우클릭 전략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당내 경선을 앞두고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정의를 실종시킨 모든 낡은 정치세력을 일소하겠다"며 강경 발언을 선보이는 등 '야권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지만, '대연정'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못 박은 것이다.
안 지사는 이어 "제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 즉시 연정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국가 개혁 과제를 놓고 다음 정부에서 대한민국을 어느 수준까지 바꿀 것인가 목표를 분명히 하자"고 말했다. 또 "각 당의 정책과 주장들을 어떻게 수용할지,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전략 목표에 어느 정도 협상과 타협이 가능한지 서로 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적폐청산이 우리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지상의 과제인데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겠냐"며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을 질타했다.
문 전 대표는 "우리가 앞으로 통합하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것은 적폐들을 제대로 청산한 다음 토대 위에서 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예비내각·개헌 이슈 등 문재인과 이견 드러내
두 사람은 예비내각 이슈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예비내각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새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정부 조직을 꾸리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라는 출처불명의 예비 내각 명단이 유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에서는 '공식 논의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지만 예비내각 준비를 위해 대규모 캠프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
반면 안 지사는 "인수위가 없어서 내각을 빨리 구성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미국도 대통령 선거 뒤 6개월 이상 걸리는 일이다. 누구 장관 시킨다고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국정공백 상태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제가 강조하는 것은 너무 서두르다가 일을 망칠 수도 있다. 여유 있게 봐달라"며 "당선자와 캠프 주변이 아니라 당과 함께 내각준비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와 입장을 달리했다. 안 지사는 개헌특위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주장이 '비문(비문재인)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것이 비문연대냐"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대표님도 아마 이 논의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 지사는 얼마 전 한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의 '3년 임기 단축론'에 대해서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비문'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대체적으로 늘 그래왔다. 제가 먼저 얘기하면 잘 따라오실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중앙집권적 국가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인 국가운영 시스템을 만들자는 논의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비문 연대'에 대해 "누구 반대하는 입장으로 '문재인 싫은 사람 다 모여라'하는 식의 정치는 싫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모이자'고 해야 세력이 형성된다. 누구 미워서 모이면 정치가 절대 좋은 쪽으로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도 자신감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는 "다른 후보들도 훌륭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정사의 낡은 풍경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낡은 정치와 진영 논리를 가지고는 오늘의 대한민국 과제를 풀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저의 도전은 잘 되면 대한민국이 굉장히 잘 되겠지만 실패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그냥 그동안 봐왔던 풍경을 답습하게 된다"며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 앞에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일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율에 따르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주보다 5.2% 포인트가 하락해 15.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50대(8.7%p)와 60세 이상(8.0%p), 호남(5.9%p)에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4% 포인트 하락해 14.5%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1위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도 20% 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