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박 신당, 보수 껴안고 중도표심까지 노린다
입력 2016.12.24 00:20
수정 2016.12.24 07:21
신당 정강정책 유승민이 전담할 듯
유승민 "개혁 보수 구현할 것"
새누리당을 떠나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비주류의 '중도표심'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 신당은 기존 새누리당과 대비되는,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당창당준비위원회 1차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당의 정강정책은 개혁보수다. 앞으로 (개혁보수가)정책에 반영이 될 것이다. 거기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안보는 정통보수를 견지하고 민생, 경제, 교육, 복지, 노동 등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개혁적인 방향으로 가고 싶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 의원의 말대로 신당은 보수 정당의 특징은 유지하되 새누리당과의 차별을 위해 일부 '좌클릭'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줄곧 '따뜻한 보수'를 지향해 온 유 의원은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때에도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강조해 야당의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또 유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도 찬성하고 있다. 신당에 참여하는 의원들도 다수가 찬성 입장을 갖고 있어 창당이 되면 내부 논의를 거쳐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사회 분야와 관련해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집중면서도 강경 노조와는 손을 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앞서 "대기업·정규직 노조에 끌려다니면 제일 비참한 사람들을 우리가 보호하기 어렵게 된다"며 '귀족 노조'를 비판한 바 있다. 이 부분은 기존 야당과 적절한 선을 긋는 대목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정통 보수'의 정체성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일찍이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표해왔다. 이에 비춰볼 때 신당은 튼튼한 국방 안보를 강조하며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원은 23일 'YTN 방송'에 출연해 "사드는 대통령과 친박들이 반대할 때인 3년 전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북한 핵무기의 공격으로부터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도입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고 야당이 사드 반대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선 "북한의 핵 공격을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필요한 협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강한 점은 일본의 정보를 우리가 빨리 알아내는 게 유사시에 국가 안보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현 정권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추진 문제는 반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유 의원은 "나는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람이다. 국정교과서를 만드려면 민간에서 만드는 교과서는 그대로 두고 국정교과서도 여러 개 중에 하나를 학부모들과 학생들과 학교 교사 선생님들이 자율적으로 채택하도록 하면 된다"며 "한 가지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신당은 모든 현안에 있어서 특정 입장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의 성격에 따라 그 때 그 때 유연하게 입장을 바꿔가며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강행하는 창당인 만큼 기존 보수층과 더불어 중도층의 표심까지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국민의당이나 무당층으로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당명에 '개혁'과 '보수신당'이 들어간 것부터 중도층을 흡수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보 문제를 강조한 것은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경제, 사회 문제를 강조한 것은 국민의당 지지층을 타켓으로 삼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