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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 '견제구' 날린 북, 대선개입 초읽기?

하윤아 기자
입력 2016.12.23 17:43
수정 2016.12.23 17:43

북 '추악한 시정배', '대통령 자리는 허황한 개꿈' 등 원색 비난

대북전문가 "이번 대선 기회로 삼아 비난과 선거 개입 강화할 것"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23일 '까마귀 분칠한다고 백로가 되겠는가', '인두겁을 쓴 카멜레온'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북 '추악한 시정배', '대통령 자리는 허황한 개꿈' 등 원색 비난
대북전문가 "이번 대선 기회로 삼아 비난과 선거 개입 강화할 것"


북한이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해 "추악한 시정배"라며 맹비난했다. 내년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로 출마 가능성이 있는 반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려 선거 개입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까마귀 분칠한다고 백로가 되겠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반 총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매체는 "청와대 주인자리를 차지할 야망을 품고 대선막후공작을 벌려오던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반기문은 한 때 박근혜패당과 휩쓸려 다닌 것으로 하여 남조선민심의 눈 밖에 난 추악한 시정배"라고 비난했다.

매체는 "반기문은 이미 보수패거리들과 자기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주는 대가로 박근혜의 퇴임 후 안전과 보수재집권을 밀약하였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생활경력이 추악한 친미 사대 행적으로 얼룩지고 지도력과 책임감, 문제해결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반기문이란 존재는 이미 남조선에서 개밥에 도토리취급을 당하고 있으니 아무리 탈색과 변색을 해도 공연한 헛수고에 불과할 뿐"이라고 헐뜯었다.

이밖에도 이날 '인두겁을 쓴 카멜레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기문이 그 무슨 고별회견이라는데서 대권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그런다고 누가 반겨줄 사람이 있을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반기문이라는 이름 석 자에 너무도 많은 오명과 비난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매체는 "온갖 욕설과 비난으로 일관된 지저분한 여론을 등이 휘도록 짊어지고 있는 것이 반기문"이라며 "예로부터 발길도 이불깃을 봐가면서 펴야 한다고 했는데 온갖 비난과 오명 속에 살아가는 주제에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으니 이 어찌 허황하기 그지없는 개꿈이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가세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의 후보나 정당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이번에도 역시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 총장 '흠집내기'에 나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선거 '훈수'가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21일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수렁탕에서의 동병상련'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 동영상 화면캡처.

실제 북한은 대통령선거 등 남한 내 주요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어김없이 선전매체를 활용해 특정 후보를 비판하거나 선동 메시지를 전하며 선거 개입을 시도했다.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던 지난 2007년,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한 내 반보수 대연합을 실현해 올해 대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매국적인 친미반동보수 세력을 매장시켜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선거 개입을 노골화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북한의 선거 개입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북한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선거 개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북한은 당시 관영 매체를 통해 "새누리당은 민족의 재앙거리이고 온갖 불행의 화근"이라면서 "남조선 각 계층은 새누리당의 재집권 기도를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대선을 계기로 정권교체를 기어이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연거푸 주장했지만, 역시 결과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였다.

북한은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로 점쳐지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자마자 곧바로 견제를 시작했다. 향후 점차 비난의 수위를 높이면서 선거 개입을 노골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이번 선거를 정권교체의 기회로 판단하고 보수 측 후보에 대한 비난 정도를 과거보다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데일리안에 "북한은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항상 남한 선거에 개입을 해왔다"며 "아마 북한은 점진적으로 대선개입을 본격화할 것이고, 보수정당 후보로 유력한 반 총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대선이 호기인 만큼, 반 총장이 과거 방북을 타진했을 당시 오고간 문서를 공개하는 등 남한 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하거나, 무력시위 또는 핵위협을 통해 적극적인 대선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선거 개입이 실제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북한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온 적이 사실 별로 없었고, 선거에 개입할수록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에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에 개입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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