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이만희, 의총에서 '청문회 위증 논란' 공개 해명
입력 2016.12.20 18:31
수정 2016.12.20 18:34
이완영 "의원직 걸고 사전모의와 위증지시, 사실 아니다"
야당 "국조특위 위원이 청문회 증인석에 앉아야 할 초유의 사태"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증인을 사전에 만나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여야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은 '최순실 청문회'에서 일부 증인들을 상대로 사전모의와 위증 지시를 했다고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일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완영 의원은 "전날(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이 사실 무근이고 내 의원직을 걸고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어 "야당에서 나와 이만희 의원을 사임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 사건이 없었으면 정말 사임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반드시 이번 국조특위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 이제는 사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만희 의원도 "지난 15일 청문회에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제가 어떤 내용의 질의를 했는지 한번 봐달라"며 "출석한 증인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말씀을 경청하려 노력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선 평정심을 잃고 강하게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하늘에 맹세코 위증을 교사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15일 열린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제4차 청문회에서 이만희 의원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검찰이 최순실이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한 태블릿 PC에 대해 질의했고 박 전 과장은 최순실이 사용한 게 아니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사용했다는 뉘앙스로 답변했다.
그러나 이후 고 전 이사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거라고 예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사태가 커지자 이 의원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청문회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연합뉴스TV 기자가 고영태 씨의 지인 2명과 함께 '고영태 증인의 위증을 증언하겠다'며 찾아와 박 전 과장과 관련된 일화를 설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번 생긴 의구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19일에는 이완영 의원을 둘러싸고 유사한 논란이 터졌다.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언론인터뷰에서 이 원과 정 이사장, 박 전 과장이 청문회를 앞두고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노 부장은 "박 과장이 정 이사장을 만나고 나서 나에게 투덜거리며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완영 의원도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조사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 재단) 과장이 위증을 하도록 부탁을 하거나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이사장과 두 차례 만난 사실만은 시인했다.
여당 물타기에 더욱 거세진 야당 공세
여당 위원들의 해명에도 야당은 두 의원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청문위원들이 진실 은폐를 위해 관련 증인과 사전에 입을 맞췄다면 범죄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조 청문위원을 교체할 것을 새누리당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특검은 국정조사 위증 공모 혐의를 철저히 수사하고, 이완영 의원은 사실을 밝히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도 청문회 전에 증인을 만났다"는 이완영 의원의 발언을 '물귀신 작전'으로 규정하며 정면 반박했다. 그는 "국조특위 위원이 관련 증인을 만난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목적과 내용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진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조특위 위원이 청문회 증인석에 앉아야 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판"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 가지가지하신다"고 비꼬았다.
이완영 의원으로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야당의 인물을 끌어들였지만 오히려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꼴이 됐다.
한편 19일 국조특위는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회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 측 위원들은 "22일 청문회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세월호 참사 당시 간호장교를 지낸 조여옥 대위에게 집중하고 이후 별도 청문회를 개최해 위증 모의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하태경, 장제원 등 여당 측 위원들은 "야당이 진상규명에 오히려 소극적인 기괴한 상황이 일어났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조특위는 22일 5차 청문회를 열게 된다. 이 날은 위원과 증인 간 질의와 함께 여야 위원 간의 기싸움 역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청문위원을 두고 청문회를 펼치는 이색적인 모습도 연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