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발언 쏟아내는 문재인...지지율 압박 때문?
입력 2016.12.20 12:32
수정 2016.12.20 15:22
탄핵안 가결 뒤에도 발언 수위 높여…이재명 시장 견제
황태순"조기대선에 중도표 모으기 위한 시도 계속될 것"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촛불민심'을 대변하고 이 기회에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조기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확실히 굳히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부터 정부를 향해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촛불 시민혁명'으로 지칭하며 강경 기조를 보였다. "해방 후 친일 역사 청산, 6월 항쟁에 이어 세 번째로 맞는 '대청소, 대청산'의 기회"라고도 했다.
지난 26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경제 망치고 안보 망쳐 온 가짜 보수 정치세력,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립시다"라고 소리쳐 진보, 보수 간 진영 싸움을 부추겼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꺼낸 '개헌'에 대해서는 "세상을 바꾸자는 거대한 들불이 일고 있는데, 거기서 곁불을 쬐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다져 보자는 계산밖에 더 되겠냐"며 즉각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불구, 문 전 대표는 발언 수위를 낮추기보다 오히려 더 밀어올리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9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길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버텨봤자 기다리는 건 탄핵이다"라며 "탄핵은 강제로 끌려 내려오는 것, 쫓겨나는 것이다. 그런 수치스러운 결과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신의 명예를 최소한이나마 지키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권력기관 적폐 대청소를 위한 대화'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파괴 국정농단 뇌물범죄를 비롯한 권력형 범죄들에 대해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는데, 권력기관과 정보기관이야말로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공범"이라며 사법부 사찰 의혹이 불거진 청와대와 국정원을 겨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답변서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창피한 답변서였다"며 "마지막까지도 한국을 부끄러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 수위가 세지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지율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지율로 보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문 전 대표와 오차 범위 내 각축을 벌이며 바짝 뒤쫓고 있고 같은 당 이재명 성남 시장도 지지율 급등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이 기회를 놓치고 싶겠냐. 성난 '촛불민심'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강경 발언으로 이슈를 리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박 대통령을 향한 강경발언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자신의 상대로 떠오르고 있는 반 총장 혹은 다른 대선주자들을 향한 쎈 발언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박 대통령을 향해 각 세우며 지지층을 모으는 등 전선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강경발언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 시장도 견제하면서 앞으로 중도표를 모으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시도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