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파열음' 고개...가라앉은 내부 갈등 수면위로
입력 2016.12.13 14:56
수정 2016.12.13 15:23
새누리 내분에 가려졌던 민주당 파열음
조기 대선 다가오자 수면 위로 떠올라
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탄핵이라는 거대 이슈 아래 내부 갈등이 가라앉아 있었지만, 탄핵안 처리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조기 대선이 현실로 다가오자, 각 진영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그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의 내홍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안정된 양상을 보여왔다. 또 탄핵안 처리 전후로 새어나오던 충돌도 상당 부분 가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친문(친 문재인) 진영이 최근 당 원내지도부의 리더십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을 시작으로, 향후 현안 대응때마다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열음이 외부로 새어나온 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처음 열린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친문계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전해철 최고위원이 86그룹(80년대학번 60년대생) 수장격인 우상호 원내대표의 지도력을 비판했고, 두 사람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자리에서 전 최고위원은 탄핵안 처리 과정 중 열렸던 비공개 의원총회를 언급하며, 지도부를 공격하는 의원들의 불만을 우 원내대표가 적절하게 잠재우지 못했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탄핵안 처리를 전후해서 추미애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으로 회동을 추진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메시지를 낼 때마다 당내에선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총에서는 다수 의원이 발언을 신청해 추 대표의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고 한다. 수도권 한 3선 의원은 "그동안 추 대표의 실수를 여러 번 눈감아왔다.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추 대표를 아예 마음속에서 지웠다"고도 말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추 대표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하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최고위원은 이런 상황에 직면한 원내대표가 적극 나서 당 대표를 향한 비난을 제어하지 못하고 의총에서 내부 불만만 커지도록 했다며 질타했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의총에서 자유롭게 하는 발언을 원내대표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며 정면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 고성이 오갔고, 우 원내대표의 입장을 거들던 기동민 의원도 상기된 얼굴로 최고위 회의장을 나가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우 원내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탄핵 후 정국 수습 방안과 관련해 문 전 대표와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 이번 충돌의 배경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시 우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더 이상의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보단 일단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고 조속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회가 촛불민심을 받아들여 대통령을 탄핵한 마당에 총리 사퇴나 대통령의 즉각 퇴진까지 요구할 경우 국정이 더 혼란에 빠진다”고 말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제7차 촛불집회 참석 및 공개 메시지 등을 통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추 대표는 황교안 총리 교체까지 주장했다. 사회개혁기구 구성과 관련해서도 문 전 대표는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자고 주장했으나, 우 원내대표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듣되 실제 정책 결정은 정치권이 할 일”이라며 “당은 당대로 알아서 해나가겠다”고 거부했다.
당내에선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율 1위 후보인 문 전 대표의 의견이 곧 당의 입장처럼 보도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당 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언론이 당의 입장과 각 대선 후보의 입장을 제대로 분리해서 보도해줄 필요가 있다”며 “마치 문재인 전 대표의 주장이 전체 당론인 것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많은데,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다. 당은 당이고 후보는 후보라는 원내대표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탄핵 정국 속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2위까지 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의 급부상으로 친문 진영의 위기감도 부쩍 커진 모습이다. 익명을 요청한 비주류계 한 의원은 “당장은 이 시장의 여의도 기반이 거의 없지만, 이제 의원들이 이 시장을 주목하며 모여들 것”이라며 “이 시장 발언이 좀 거칠긴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이 좀 붙어서 준비시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조발제자로 참석한 토론회에 국회의원 78명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언급하며 ”여기 이름을 의원 78명과 그 외에 나머지 사람들을 분석해보라. 그러면 성격이 확실히 구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