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 야권, 정국주도권 노려 '같은 듯 다른 목소리'
입력 2016.12.13 00:10
수정 2016.12.13 08:42
문재인 "대통령, 버틸수록 불행"…안철수 "헌재 판단에"
대통령 거취, 개헌, 선결과제 놓고 조금씩 입장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정치권은 '포스트 탄핵', 정국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야권내 차기 대선주자들과 각 정당이 향후 정국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행보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여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대권주자들은 크게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 거취 △개헌 △향후 과제 등 3개 사안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 주자는 물론 각 당도 '공조'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일 경우 광화문 촛불민심의 칼끝이 언제라도 자신들에게 돌아설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자들 간에 노골적인 갈등양상이 벌어질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대통령·총리 거취, '잔류'냐 '퇴진'이냐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두고서는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은 버틸수록 불행해진다"며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속한 민주당이나 야권의 축인 국민의당, 국민의당내 유력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까지 모두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겨야한다'며 문 전 대표와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반면 황 총리의 거취에 대해선 대체로 의견이 일치된다. 당초 '부역자 척결'을 이유로 황 총리를 비롯해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던 민주당이 이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국무총리까지 물러나라고 할 경우 국정공백의 가속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지금은 국정수습이 최우선"이라며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을 밝힌 뒤 "경제부총리 문제는 민주당의 의견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백지위임' 의사를 보였다.
개헌, 하느냐 마느냐 그것부터 문제
개헌에 대해서는 주자별, 당별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사실상 야권 합종연횡의 도화선이 될 공산이 크다. 우선 야권 제1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에 반대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의 개헌 논의는 새누리당 권력 유지를 위한 꼼수가 될 수 있다"며 "이 상황이 끝나고 차분히 개헌과 국가 미래에 대해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으로부터 '이미 대통령이 된 듯 행동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권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안철수 전 대표도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안 전 대표는 "(개헌) 논의들이 대선공약으로 나오고 그 과정에서 토론이 일어나면서 어느 정도의 결론을 갖고 다음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개헌 논의에 나서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개헌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의 한 축인 국민의당은 개헌에 적극적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격인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개헌 논의 자체를 봉쇄해선 안 된다"며 "하루 속히 개헌특위를 설치하고 국회에서 정식으로 개헌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 단면이고 부산물"이라고 말해 개헌의 당위성을 제시했다. '탄핵 정국'을 촉발시킨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는 주장이다.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도 개헌에 적극적인 야권주자중 하나로 손꼽힌다. 손 상임고문은 1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개헌 반대 세력을 '기득권 수호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함성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으로 해결했듯이 다음 과제도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혁 세력이 새롭게 재편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던 김종인 의원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가 개헌에 대해 찬성을 안 하니까 (당이) 못한다는 식으로 개헌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며 "공약을 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전부 다 부정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즉각적인 개헌 논의를 주장했다.
경쟁적인 향후 선결 과제 제시…이니셔티브 경쟁
당장 정국 수습을 위한 선결 과제에 대해서는 대권주자들이 제각각 주장을 내놔 중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성명을 통해 "정부도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는 자세로 민심 받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국정 역사교과서 등 박근혜표 정책의 집행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국가대청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비리·부패 연루 공범자 청산 △정경유착 엄중 처벌 △언론장악 및 탄압 책임자 처벌 △세월호참사 진실 규명 등 6가지 개혁 의제를 제시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결 과제 선점에 나섰다. 안 전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한 선결과제로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또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징벌적 배상제도' 등을 언급하며 검찰과 재벌 개혁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특히 국민의 세금과 연금을 건드린 자들은 다시는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12일 오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국정공백 수습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합의했다. 그러나 세부 사안에 있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 여야 3당 대표'로 구성하자고 주장한 민주당에 반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원내대표 참석'을 주장해 3당은 각 당으로 돌아가 재논의 후 다시 회동을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