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능력에선 임종룡, 정치명분에선 유일호, 누굴 택하나
입력 2016.12.13 00:09
수정 2016.12.13 08:32
주도권 쥔 민주당, 경제부총리 카드 들고 고심
'국민의당 임종룡 지지설'에 유일호 잔류 가능성
탄핵 정국 이후 '경제부총리 공'을 넘겨받은 더불어민주당이 유일호 현 총리를 유임하는 안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교체하는 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다만 대통령이 직무정지 된 상태에서 개각을 최소화하고 야권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중론에 따라 유 부총리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당초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의총이 길어졌고,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당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키로 했다.
당 일각에선 유 부총리보다는 임 내정자가 관료로서 상대적으로 능력 있는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특히 당내 경제통 그룹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야당의 수권도 멀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함으로써 가능한 한 빨리 국정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실제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히는 김진표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경제 상태가 악화되면 야당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시각이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야당을 보면서 '저 사람들에게 국가를 맡겨도 되겠느냐'는 우려를 하실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경제 상황 수습을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또 경제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똥바가지를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입장을 제대로 밝혀야한다"는 발언까지 하며 현 경제상황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통치능력을 상실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뒤처리를 국회가 해야 하는 데다, 학자 출신으로서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한 유 부총리보다는 실제 정책입안과 위기관리 경험도 있는 임 내정자가 상대적으로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또 "의총에서 다수 의원들이 말하기를 임종룡이 구조조정 관련해서 잘못했다고들 하는데, 사실 따지고보면 그것도 위에서 안종범이 써온 시나리오 대로 한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다"라며 "유일호가 워낙 아무것도 안하려고 하니까, 결국 임종룡에게 몰린 것 아니냐라는 말들도 꽤 나왔다"고 했다. 예결위원장인 김현미 의원 역시 유 부총리의 경제부처 장악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국발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실물 경제와 정책입안 등을 경험한 임 내정자를 가능한 한 빨리 부총리 직에 앉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유 부총리를 유임시킬 경우 리스크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탄핵안 가결 이후 경제 불황 등 사회 불안이 겹쳐질 경우 향후 대선 국면에서 ‘공’을 넘겨받을 야당의 부담도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유 부총리를 유임하는 방안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임 내정자가 △서별관회의에 참석해 구조조정을 이끈 만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져야 할 인물이고 △임 내정자의 임명 제청자인 김병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가 사퇴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임명의 근거를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국민의당 호남지역 의원들이 호남 출신인 임 내정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내용이 회자되면서, 민주당 내에선 ‘임종룡 불가론’에 무게가 쏠리는 양상이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에서 “임종룡 내정자는 금융위원장으로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임 내정자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현 상태에서 금융위원회 수장을 공석으로 비우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금융위원장은 장관 등의 겸직이 일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