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파행 닷새째…이 와중에 '강연정치' 유승민
입력 2016.09.30 21:48
수정 2016.09.30 21:48
분배 넘어 성장 전략 총론 제시 "혁신 통한 성장해야"
현안 관련해선 "다음 주엔 국감 시작해야 되지 않겠나"
"지금 여의도 국회 상황이 상당이 안 좋습니다. 국정감사를 시작했어야 하는 시기인데 이렇게 아직 국감을 못하고 있고, 국회 상황도 굉장히 안 좋은데 강의를 하러 오게 돼서 상당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처리로 촉발된 '냉동국회'가 9월 30일로써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또다시 '강연정치'에 나섰다. 유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하기 위해 보수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거듭 언급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성균관대에서 '경제개혁과 공화주의 실현'을 주제로한 강연에서 개혁방향의 큰 틀을 제시했으며, 9월 7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는 구체적인 대선 공약의 얼개를 내놨다.
특히 지난 한림대 강연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혁과 구의역 사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청년수당 등 사회적 이슈를 하나씩 열거하며 실행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번 서울대 강연에서는 경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갔다. 특히 그간 유 의원은 중부담-중복지를 내세우며 분배 문제에 집중했지만 이날 특강에서는 '성장 담론'을 화두로 삼으며 성장 전략의 총론을 제시했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는 '공정 성장' '포용 성장'과 같은 성장론에 대해선 "100점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경제성장, 왕도나 마법의 탄환은 없어도 정도(正道)는 있을 것"
유 의원이 이날 오전 서울대에서 열린 '경제성장과 경제정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제시한 성장론의 핵심은 '혁신'이다. 그는 "단순히 자본이나 노동을 늘리는 식으로 하는 성장은 IMF 위기가 왔던 때쯤 끝냈어야 한다"며 "혁신을 통한 성장만이 유일한 경제 성장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학생들을 상대로 생산 함수(생산=f(K,L,T))를 설명하며 자본(K)과 노동(L)을 대량 투입해 고성장을 도모하던 때는 지났다고 말했다. 대신 총요소생산성(T)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자신의 성장론에 대해 향후 2~3%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과학기술 혁신과 창업을 통해 동력을 만드는 '혁신 성장'이라고 요약했다. 유 의원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르고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겠지만 정도를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저는 앞으로 수십 년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혁신을 통한 성장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방법론으로는 △과학기술 혁신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을 꼽았다.
"재벌개혁 중요...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함부로 못하게 해야"
유 의원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림·봉천동이 어떻게 보면 창업밸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의대·법대만 가는 세상에선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재벌이 지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혁신(창업)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며 "경제민주화, 그중에서도 재벌개혁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재벌개혁을 강조하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헌법 119조 2항을 언급했다. 유 의원은 “헌법 119조2항이라는 근거를 갖고 재벌이 경제력과 지배력을 남용하고 불공정거래행위나 일감몰아주기를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법이 보장하는 테두리 안아서 가장 과감한 재벌개혁을 해서 재벌이 더 이상 함부로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확실하게 개혁할 수 있는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개헌으로 흘러갔다. 유 의원은 개혁을 하는 데 있어 5년 단임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단임제라 일단 성장률을 좋게 하는 정책만 쓰는 정권을 1987년 개헌 이후 여섯 번 지났다"면서 "그래서 정치권에서 이런 데(경제 성장 전략) 관해서 합의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그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개헌 방향으로 제시해 왔다. 다만 "안정적인 권력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국감 복귀한 김영우 징계? 당이 그렇게까지 막 가진 않을 것"
유 의원이 준비해온 강연 내용 중에는 당 상황과 관련된 현안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질의응답 시간이 여러 학생들이 손을 들어 파행을 겪고 있는 국감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기본적인 당 지도부의 생각에 대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문제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대응방식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 계속 불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단 다음 주에 국정감사를 시작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은 뒤 "이정현 대표의 단식은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이제 의원들이 가서 말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여야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징계 방침에 대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그런 얘기가 얼핏얼핏 나오긴 하는데 그렇게까지 저희 당이 막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강연 때마다 강조했던 '보수 개혁'도 빠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이념과 철학이 결핍됐다. 비난의 화살이 새누리당에 많이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유 의원은 "당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옳으냐는 갖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얼굴을 붉혀가며 싸우는 정당이라면 친이, 친박 가지고 싸울 일이 뭐가 있겠냐"며 "사람 밑에 줄 서는 게 지금까지의 정당 모습이었는데 그것을 바꾸자는 것이 보수당의 개혁이라 생각한다. 어떤 나라가 되고, 무슨 역할을 해야 하냐는 것을 갖고 치열하게 싸우는 당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