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잠룡 속 잠잠하던 오세훈, 기지개 펴나
입력 2016.09.07 17:57
수정 2016.09.07 17:58
서서히 오르는 지지도로 대권 행보 탄력 붙을지 관심
8일 조찬 강연 앞둔 오세훈 "대권 행보 아니다"
대선이 1년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자 여권의 잠룡들이 꿈틀대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강연장으로 이동해 보폭을 넓히는 중이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모병제를 꺼내 들며 여론몰이에 들어간 상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6일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주최한 통일 세미나에 참석해 자신의 대북관을 설파했고, 이후 국민대 정치대학원에서 '위기의 대한민국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또 유 전 원내대표는 7일 오후 강원도 춘천 소재 한림대학교에서 '정의'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는 30일에는 서울대에서 경제 관련 강연도 할 예정이다.
정 전 총리는 이재오 전 의원이 주축이 돼 만든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존재감을 알렸다. 또한 김무성 전 대표는 민생투어, 강연정치 등을 통해 일찌감치 대권 주자 이미지 부각에 힘 쏟고 있다.
이렇듯 자의든 타의든 여권 대선 후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인사들이 정치권 밖에서의 활동을 하면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언론의 조명을 받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의 경우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20대 총선 서울 종로구에서 낙선한 그는 지난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개 모임을 가진 전국 원외위원장 행사에 몇 차례 모습을 드러냈을 뿐 개인의 자격으로 움직인 적은 거의 없었다. 원외 행사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대권후보라 지칭할 때도 뜻 모를 웃음만 보일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8일 경인일보사와 인천경영포럼이 공동 개최하는 제348회 조찬 강연회에 참석해 '매력있는 나라, 존경받는 나라'라는 주제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과 기업인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해져 정치권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분위기 좋은 오세훈, 기세 몰아 대권 행보 탄력?
거물급 정치인이 강연을 펼치는 것은 예사로운 일로 볼 수 없다. 강연 정치는 대중 및 언론을 향해 정책 비전을 제시하며 국정운영 구상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수단을 활용된다. 잠룡들이 움직임을 재개하는 수단으로 주로 강연을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오 전 시장이 이번 강연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의 시계가 서서히 대선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이 움직일 때가 왔다는 것"이라며 "오 전 시장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8일 강연에서 자신의 대권설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간 전국 성인 남녀 1091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3.2%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7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이와 관련 "오 전 시장이 지금 치고올라가지는 못 하지만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약해진다면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여권 유력 주자인 김 전 대표보다 오 전 시장의 경쟁력을 더 높게 본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원외 인사지만 지난 전대에서 정병국·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후보들의 단일화 작업에 적극 가담하면서 당내 입지를 넓힌 상태라 지금의 기세를 모아 단계를 밟아 간다면 여권에서 부각되는 주자로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데일리안'에 "오 전 시장은 2011년 시장직 사퇴 이후 현실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각종 정쟁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보수 가치를 지향하는 인물로서 자신의 콘텐츠를 잘 연구해 내놓는다면 대중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제공받을 수도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 전 시장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일 강연은 공정과 상생의 정신 등 내가 평소에 이야기해 오던 것의 연장선상일 뿐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를 없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권 행보의 포석을 둔 움직임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현안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냐'는 질문에 "질의응답 시간이 충분하다면 몰라도 내일은 조찬 모임이라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냐"고 여지를 남겨뒀다.
최근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요즘 여론조사는 언론에 얼마나 노출되는 지에 따라 오르내리지 않느냐"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