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노조, 한화 기업결합 불허 요구…"경쟁 업체가 경영 참여하는 구조"
입력 2026.08.12 14:17
수정 2026.08.12 14:18
한화의 KAI 지분 15.89% 확보에 반발…핵심 정보 접근 우려
KAI 본관 전경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경영 참여 움직임에 반발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불허를 요구했다.
KAI 노조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는 KAI와 한화의 기업결합 심사는 불허해야 한다”며 “항공에서는 공급 업체, 우주에서는 경쟁 업체인 한화의 KAI 경영 참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최근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대했다. 보유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이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화는 앞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상장회사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면서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에도 올랐다.
노조는 한화가 KAI 주요 항공기 사업의 공급 업체라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T-50 계열 엔진을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 KAI와 KF-21 최초 양산 부품 17종에 대해 473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도 LAH 항공전자장비와 KF-21 임무컴퓨터, 다기능시현기,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등을 납품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공급 업체가 고객사인 KAI의 주요 주주가 되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KAI가 앞으로도 가격·성능·기술력을 기준으로 공급 업체를 독립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우주 분야에서는 양사가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KAI와 한화는 우주 사업에서 단순히 사업 영역이 유사한 잠재적 경쟁자가 아니라, 초소형위성체계 후속 양산 사업을 놓고 실제 경쟁하고 있는 관계”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KAI의 입찰 가격과 목표 가격, 사업 원가, 기술개발 전략, 협력 업체 및 컨소시엄 구성, 연구개발 투자 계획, 신규 사업 참여 여부, 중장기 우주 사업 전략 등이 경쟁 업체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정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한화가 KAI 경영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경쟁 업체가 경쟁 상대방의 패를 들여다보면서 같은 국가 사업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화 중심의 공급망 편입으로 KAI의 독립적인 구매 의사결정이 훼손되고, 다른 부품·장비 업체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KAI와 한화는 공급 업체가 고객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문제와 경쟁 업체가 경쟁 상대방의 경영에 참여하는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공급 관계와 실제 경쟁 관계가 동시에 얽혀 있는 KAI와 한화의 기업 결합은 그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기업결합의 구조적 위험성을 엄중히 판단하고,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독립적인 경쟁 질서를 지키기 위해 KAI와 한화의 기업결합을 불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