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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엔 한 마음, '취업 청탁 의혹'에 눈 감은 여야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9.01 19:29
수정 2015.09.02 09:21

새정치, 윤후덕 의원 딸 청탁 의혹에 "시효 지나 징계 안돼" 각하

새누리, 김태원·이주영 의원 자녀 청탁 의혹에도 침묵

'자녀 취업 청탁' 논란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 김태원·이주영 의원과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총선을 앞두고 연일 거센 공방 중인 여야가 ‘현대판 음서제’에는 한 마음으로 눈과 귀를 닫았다. 자당 소속 의원들의 자녀 취업 청탁 문제가 불거지자, 초반에만 '반짝' 대응하는 모양새를 갖출 뿐, 갖가지 이유를 들어 슬며시 덮고 넘어가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딸 취업특혜'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윤후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심사했으나 결국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년 취업난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의식한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서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했지만, 규정상 사건의 시효가 경과했다는 이유다.

윤리심판원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마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윤 의원이 딸의 취업과 관련해 LG디스플레이 측에 전화한 시점을 2013년 8월11~16일 사이로 보고 있고, 문재인 대표가 윤리심판원에 징계 의뢰 명령을 내린 것은 8월17일이었다"며 기간이 만료돼 징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13년 7월과 9월, 10월 총 3번에 걸쳐 채용을 진행했고, 윤 의원의 딸은 신입 무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7월자 채용공고에 지원했다. 아울러 윤 의원이 8월 중에 LG디스플레이 측에 직접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한 날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다만 전화를 건 시점은 서류 접수가 마감된 8월 11일과 서류 합격 통지일인 8월 16일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문 대표가 윤리심판원에 윤 의원에 대한 징계를 의뢰한 날짜가 8월 17일인데,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의 경우 사건 발생 2년이 넘는 건에 대해선 징계시효가 소멸되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2013년 8월 로스쿨을 졸업한 자신의 딸이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의 변호사 채용에 응시하는 과정에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합격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딸이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저의 부적절한 처신을 깊이 반성한다”며 공개 사과글을 게재했다.

문 대표의 요청 역시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행보였음에도, 새정치연합은 직권조사 요청이 하루 늦었다는 이유로 윤 의원의 ‘갑질’에 눈을 감아줬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가정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만약 (접수가) 하루이틀 빨랐으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시효기간이 그렇게 경과됐다"고 답했다.

이어 "총 9명의 심판위원 중에서 징계시효와 관계없이 최소 경고 이상의 징계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윤리심판원 징계규정상 징계시효가 경과한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표결은 안 했다"며 "사실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곳은 윤 의원의 지역구(파주갑)가 아니라 옆 지역구(파주을)”라며 윤 의원을 두둔했다.

로스쿨 졸업한 자녀, 비공개로 정규직 채용됐지만...‘침묵’

이른바 '갑질'을 눈 감아주기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지난 7월 1일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아들이 앞서 로스쿨 졸업 후, 정부법무공단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을 겪었다. 앞서 2013년 9월 당시 공단이 낸 채용 공고에는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그로부터 두 달 뒤 김 씨가 채용될 당시에는 ‘법조경력 2~3년 이상”으로 규정이 바뀌어 지원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원과 법무공단 이사장이 평소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법무공단 측이 김 의원이 아들을 채용하기 위해 때 맞춰 자격요건을 완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5일 김 의원에 대해 심문 조사를 벌였지만, 이후 징계 방안 등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의 경우, 로스쿨을 졸업한 딸이 지난해 5월 네이버에 인턴으로 뽑힌 뒤, 그해 11월 정규직 사내 변호사로 채용됐지만, 당시 네이버는 정식 채용공고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 측은 성명을 내고 “네이버는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이 의원의 딸을 추천해 공고 없이 채용했다고 해명했지만, 근무하는 변호사 6명 중 5명이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사실에 비추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의원이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마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 대해 이 의원은 “당시 세월호 사고로 진도에 있을 때인데, 딸 채용에 전혀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고 관여한 바도 없다”며 “가족들의 특혜 문제를 특별하게 경계해 왔고, 딸도 아버지가 국회의원인 것을 숨기고 지내온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새누리당 역시 이 의원의 의혹에 대해 유감 표명 한 줄도 발표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정치권이란 게 그렇다. 세상이 변했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선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슬쩍 넘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그러니 민생이니 청년일자리 창출이니 말한들 그게 먹히겠나. 나 같아도 콧방귀 뀔 수밖에 없겠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수도권 의원 역시 “우리당이 항상 새누리당에 비해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의식이 있지만, 실상 대응은 너무 기가 막힌 수준”이라며 “혁신위가 백날 혁신안을 내서 뭐하나. 국민적 분노가 강한 사안에 대해서는 좀 과감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시한이 다 됐다고 징계를 못 한다는 건 너무 창피한 핑계”라고 비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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