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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최후통첩 했는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5.08.22 07:35
수정 2017.10.16 10:32

<특별기고>국방, 최선 요행 아닌 최악 사태 대비해야

“단호한 대응, 확전 방지”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면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인근에서 군 관계자들이 차량 등을 통제하고 있다.ⓒ연합뉴스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모두들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다. 남북한도 그러하고,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도 그러하다. 과연 이래도 되는 일인가?

우려되는 남북한 긴장 고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의도적으로 설치한 목함지뢰에 의하여 2015년 8월 4일 한국군 병사 2명이 다리를 절단하는 상처를 입자, 한국은 2004년 이래 중단되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8월 10일부터 재개하였다. 이에 대하여 북한은 8월 20일 오후 3시 53분쯤 14.5mm 고사포 한 발, 19분 뒤인 4시 12분쯤 76.2mm 직사포 3발을 우리 측으로 발사하였다. 그러자 한국군은 그에 대한 대응으로 오후 5시 4분쯤 군사분계선 북측 지점으로 155mm 자주포 29발 발사하였다.

급기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일 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면서 군인들의 '완전무장'을 명령하였다. 중앙군사위원회는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안에 남한이 대북방송을 중단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을 전면 철거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간다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최후통첩'을 승인했다. 그리고 북한군은 주요 화기들을 전진배치시키고, 미사일 전력도 이동시키고 있다. 2015년 8월 22일 17시까지 한국이 대북방송을 중단하면서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남북한 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상황의 엄중함 이해부터

현 상황에서 한국의 국민, 정부,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항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반도에서 심각한 군사적 충돌, 더욱 악화되면 전면전, 더더욱 악화되면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너무도 태연하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이 방해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말은 엄포일 뿐 실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편하게 단정한다. 을지 프리덤가디언 연습에 참가하고 있는 미군을 두려워하거나 전승일 기념행사가 임박한 중국의 압박에 의하여 북한은 도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종편에서는 남의 말 하듯이 북한의 군사력을 가볍게 평가하면서 온갖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소설처럼 풀어낸다. 북한이 도발하면 그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국가안보나 국방은 최후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지 최선의 상황을 바라면서 요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북한군은 우리 남한과 남한 국민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와 같이 태연해도 되는가? 김정은은 고모부는 물론이고, 고위 인사들을 갑작스럽게 총살시키는 등 행동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이다. 그러한 김정은이 최후통첩을 내렸는데도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라는 로마 시대의 격언은 전쟁을 대비하지 않으면 평화를 누릴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여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현재와 누리고 있는 최소한의 평화공존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1592년 일본이 침략하지 않을 거라면서 요행을 바라다가 7년 동안 처참한 전란을 겪었고, 1950년에도 북한이 침략하지 않을 거라면서 파티를 즐기다가 3년의 끔찍한 전쟁을 겪었다. 이제 정신차려야 한다. 안심은 천천히, 걱정은 먼저하는 민족이 되어 보자.

단호하게 대처하되 확전은 방지

2010년 연평도 포격 시 이명박 대통령이 이 지시를 내렸다고 하여 언론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고, 필자를 비판하는 사람도 발생하겠지만, 적의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을 방지“하는 것이다. 즉 상대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다시는 도발하지 않을 것이지만, 동시에 과도하게 대응하다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순되는 내용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평시 위기관리의 핵심원칙으로 전 세계가 중요시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군대는 교전규칙(交戰規則, rules of engagement)을 설정하여, 부대 지휘관들에게 자위권 내에서 단호하게 대응하도록 하면서도 설정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를 가한다. 이번에 북한이 76.2mm 포로 공격하자 한국이 155mm 포를 29발만 발사하여 대응한 것도 적보다 큰 화력을 사용함으로써 단호함을 보이되 적의 시설이나 인명은 손상시키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군의 모든 지휘관들은 자신의 책임지역 내에서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해보고, 도발이 있을 경우 확전을 방지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상급부대에서 하달된 교전규칙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이에 근거하여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라고만 주문할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지 않은 부분이 없는 지 교전규칙을 새롭게 검토하고, 예하 지휘관들에게 필요한 권한을 사전에 할당해 두어야할 것이다. 국민들도 무조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휘관들이 교전규칙과 그들의 판단에 의하여 최선의 대응을 하도록 신뢰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평시의 지휘관은 용감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지혜가 있어야한다. 그 지혜로써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을 방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병행해야

군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안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의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안정시켜 평시로 되돌리는 노력이다.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채널을 총동원하여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고, 한국의 의도를 전달함과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서로에 대한 오해(misperception)가 있다면 이를 해소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남북한 모두가 체면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현 사태를 종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과의 접촉이나 협상을 굴복으로 인식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그러다가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을 악화시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결과를 책임질 수 없다면 쉽게 말하지 않아야 한다. 확전은 쉽지만, 평시로 되돌리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 걸쳐서 최명길은 계속적으로 청나라와의 협상을 강조하였다.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항전을 강조한 김상헌을 비롯한 삼학사들에 비하여 최명길은 좋지 않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명길이 노력하여 청나라와 협상한 덕분에 조선이 덜 피폐해졌을 수도 있다. 그가 쓴 항복문서를 김상헌이 찢자 “조선에는 항복문서를 쓰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찢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같이 최명길은 김상헌을 인정했지만, 김상헌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의 한국 상황도 유사하지 않을까?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당연히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협상 채널만을 강조한 부작용으로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하기 위한 마땅한 채널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궁즉통(窮卽通)의 자세로 찾아야하고,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김양건 북한 통전부장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이 긴급 외신기자회견을 했다는 것도 대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과거 화해협력 정책 수행 시 북한 고위인사들과 접촉한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관리들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피하다면 한국의 입장을 과감하게 양보할 수도 있어야할 지도 모른다. 남북한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잃을 것이 더욱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필요하다면 중국의 도움도 요청해야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 북한 수뇌부와 대화를 할 수 있고, 경제적 지원 등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도 있으며, 9월 3일의 전승기념일에 세계 주요 지도자들을 초청해 놓은 상태라 한반도 긴장완화에 적극적일 것이다. 중국에게 확전을 바라지 않는 한국의 의도를 전달하고, 중재역할을 자임하거나 북한을 설득시켜 줄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강화가 최우선

“자주”를 주장하는 일부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단호한 대응과 확전방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위력적인 방법은 미국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외교력과 군사력을 북한이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고,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하여 미국과 연합지휘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현재 을지 프리덤가디언이라는 연습 및 훈련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은 현 북한의 도발과 같은 사태에 대해서도 2013년 공동대응계획을 수립해둔 상태이다.

실제로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두명의 미군 장교를 도끼를 살해하였을 때 미국은 국가위기관리 체제를 가동시키고, 항공모함은 물론이고 B-52와 F-111 등 첨단의 공군기를 동원하면서 "폴 번얀(Paul Byunan)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문제가 된 미루나무를 절단하는 단호함을 보였다. 결국 김일성이 유감을 표명하였고, 한국과 미국은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확전을 방지“할 수 있었다.

한국은 현재의 상황이나 조치에 관하여 미국과 모든 사항을 공유하고, 공동대응계획에 명시된 대로 모든 사항을 미국과 함께 결정하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미국의 군사력 전개를 요청하고 한미 양국군의 단호한 입장을 함께 표명할 수도 있다.

필요할 때 동맹국의 힘을 빌리는 것은 자주가 아닌 것이 아니다. 효율적인 국방을 위한 방책의 하나일 뿐이다.

전쟁할 각오를 가져야

이러한 모든 것보다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한국 국민 모두가 스스로에게 전쟁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자문해보는 것이다. 국민들이 전쟁을 할 결의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 어떠한 정부의 대응도 효력을 나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쟁할 생각은 없으면서 강경책을 주문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는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비겁한 것이다.

북한이 “남남갈등”을 겨냥하여 목함지뢰를 매설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안보문제만 불거지면 국론은 분열된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안보문제에 대한 시각이 달리지고, 국방이 정쟁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다. 북한보다는 우리 군의 잘못만 탓하고자 한다. 대비보다는 대안없는 대화만 주문한다. 우리가 이러니 북한이 우리를 얕보지 않을 수 없고, 거리낌없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 모두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습관을 갖자. 심각한 군사적 충돌, 전면전, 심지어 핵전쟁까지 생각하지 않은 채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해서는 곤란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신중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유효한 방안을 생각해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그것을 회피해야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낼 것이다.

전쟁이론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삼위일체론”(trinity)이라는 용어를 통하여 국민, 정부, 군대의 혼연일체(渾然一體)가 전쟁의 승리에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이번의 도발을 슬기롭게 극복하는가 여부는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는 혈기가 아니라 우리의 삼위일체가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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