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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땐 언플이라더니...김광진의 놀라운 언플 능력

문대현 기자
입력 2015.08.11 18:08
수정 2015.08.11 18:15

<기자수첩>국방위원으로 받은 자료를 제보라고 내놓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및 국방위 연석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육군 28사단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입원 당시 사진을 들어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매설 사건과 관련,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무시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경솔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지난 8월 4일 경기 파주시 소재 육군 1사단 DMZ 수색작전 중 지뢰 폭발사고로 하사 2명이 부상했다"며 "각종 언론에서 우리측 M1 대인지뢰 등이 폭우로 유실되어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보도들이 있었지만 내가 확인한 제보에 따르면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폭발된 지뢰는 북측의 목함지뢰이며, 유실이 아닌 매설"이라며 "어떻게 우리측 수색로에 북측 지뢰가 매설될 수 있었는지, 매설에 의한 것이라면 경계가 완전히 뚫려있는 상황이라는 건데 어찌 돌아가는건지"라고 우리 군을 비판했다.

4일 사건 발생 이후 정황상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높게 본 국방부는 6일 출입기자단에 '북한제 목함지뢰가 폭발한 것 같다'고 공개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기자단에 정밀조사가 끝나는 10일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9일에는 국방부가 기자단을 데리고 사건 현장을 찾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 목함지뢰 폭발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보도 지침에 따라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확인한 제보'라는 이름으로 SNS에 공개하며 먼저 치고 나갔다.

이를 본 한 인터넷 매체는 엠바고를 뒤로한 채 'DMZ 또 뚫렸나… 터진 지뢰는 북한제'라는 기사로 우리 군을 꼬집었다. 지뢰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이 유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신중했던 국방부는 머쓱해졌다. 이후 김 의원에게는 국방위원 신분으로 남들보다 앞서 얻은 정보를 개인 홍보를 위해 터트렸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정치인이 국가 안보와 관련해 조심스레 다뤄야 할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흘리기 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정치권을 강타한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 당시 국정원과 정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관련 내용을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의도적으로 유출한다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정원과 여당 측에 의하면 국정원 해킹팀은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 내역을 포착했다. 이들은 또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공작원들의 외화벌이 방식과 국내에 들어 온 중국 마약사범의 소재도 파악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야당 측 정보위원들은 국정원과 여당의 행위를 '언론플레이'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국정원이 당시 현안보고에서 적어도 내 기억에는 무기거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한 적 없다"며 "결국 국정원의 언론플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정원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으면서 언론에 슬쩍 흘리는 등 '사전 김빼기'를 해 여론을 형성하고 여당 위원들도 이에 동참한다는 것이 야당 측의 주장이었다.

국정원과 여당이 국가 기밀을 유출한다고 지적하던 김 의원이 현재 내용은 다르지만 유사한 이유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은 "김 의원은 '확인한 제보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며 "국가관과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김 의원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공식적 입장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념을 떠나 한 마음으로 국가 기밀을 지키는 '애국심'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뢰 폭발 사고를 바라보는 김 의원의 시선은 다소 불편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할 지라도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만약 북한이 김 의원의 글을 접하고 추가 기습 공격을 도모하기라도 했다면 사태는 더욱 확산될 뻔 했다.

김 의원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번 일로 김 의원을 기억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현직 비례대표 의원으로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쟁취를 노리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면에서 이번 일이 그에게는 분명 호재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국가 안보는 훨씬 더 큰 가치이다.

정치권에서 김 의원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임에도(1981년생) 소신껏 의정 활동을 잘 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인지도에 비해 안티 세력이 많지 않은 정치인이다. 평소 호평을 받아왔던 김 의원이기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내용을 스스럼 없이 공개한 행동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개인의 이익과 당의 이익을 넘어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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