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결정' 이념갈등 해결 기준도 만들어줬다
입력 2015.01.01 10:27
수정 2015.01.01 10:31
<굿소사이어티 칼럼>종북과합리적 좌파의 구분 확실히 해야
I. 서언
2014년 12월 19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길이 기록될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자랑스런 현대사를 부정하고 내부에서부터 한국을 허물어뜨릴 위험이 있는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임을 선언, 해산시킴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방어기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다. 헌재 결정의 요지를 살펴 보고 2015년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여 본다.
II. 헌재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8명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진당이 위헌정당이므로 해산하고 소속 국회의원직도 박탈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 결정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헌재는 ‘정당이 위헌 정당으로 해산되려면 그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위반은 단순한 위반이나 저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기본 법리를 설명한 후, 통진당의 목적이나 활동에 대하여 세밀히 판단하였다.
먼저 목적에 대하여 통진당은 자주파(이른바 NL)가 그 강령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였다. 통진당의 주도 세력인 자주파는 우리나라를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본가 계급의 정권으로서 자본가 내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민중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탈한 구조적 불평등사회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민중이 주권을 가지는 민중 주권에 입각한 민중민주주의 사회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 전환 작업을 위해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진당의 자주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주의로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설정할 뿐이다.
이때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을 행사할 상황이 전개될 경우 무력행사 등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여 집권한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이석기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되었다. 헌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한 뒤 “통진당이 말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언명했다.
나아가, 헌법 헌법재판소는 통진당의 활동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된다고 인정하였다. “이석기의 내란 관련 회합 참가자들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여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하여 국가 기간시설의 파괴, 탈취 등을 실행하고자 회합을 주최하였는데 이석기 및 참석자 등의 통진당 내 지위, 이석기 사전에 대한 통진당의 전당적 옹호 및 비호 태도에 비추어 보면 이석기의 조직의 활동은 통진당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한 것이다.
“통진당은 민중민주주의 변혁론에 따라 혁명을 추구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고 애국가를 부정하거나 태극기도 게양하지 않는 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그 이외에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관악을 여론조작 등 비민주적, 폭력적 활동은 선거제도를 형해화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통진당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전민항쟁이나 저항권 등 폭력을 행사하여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모든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저촉되고”, “이러한 통진당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 해산결정 이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결국 통진당은 그 목적이나 활동 모두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를 해산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III. 우리 사회의 과제
이번 통진당 해산 결정은 해방 이후 진행되어 온 이념적 사상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헌법적 준거를 제시한 것이다. 1945년 해방 및 1948년 8월 15일 건국 이후 한국은 끊임없는 이념적, 사상적 혼란과 갈등을 겪어왔다. 식민지 지배의 쓰라린 고통, 2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이로 인한 좌파 사상의 전세계적인 유행, 권위주의 정부의 통치, 북한의 경제적 우위, 북한의 대남공작 등으로 사회주의 사상은 끈질기게 유지되어 왔다.
5.18을 계기로 급진 사회주의 혁명론이 득세하다가 급기야 주사파가 재야운동권을 장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건설을 위해 중간단계로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사상적 이념적 갈등의 혼란 속에서 생겨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조국통일범민족학생청년연합,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들을 이적단체로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런 이적단체가입행위를 범죄로서 처벌하고 있었으나 그 단체는 해산 당하지 않고 계속 존속하는 모순된 상황이 지속되어 이념적 갈등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치적 사상의 자유, 상대적 진리성을 내용으로 하는 다원적 세계관을 인정하여 다양한 정치적 사상이나 활동이 있을 수 있으나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과 동일하거나 그 전 단계로서의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론과 같은 사상에 입각한 정당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해산되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헌법상 가장 강력한 보호를 받는 정당도 위와 같은 목적을 갖고 있거나 활동을 하는 경우 해산 결정을 하였으므로 그보다 보호 정도가 약한 일반 이적단체들도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마땅히 해산되어야 한다. 과거 이적단체해산법률이 없어 이를 방치하여 왔으나 이제 통진당 해산결정이 났으니 이러한 이적단체를 해산시킬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번 통진당 해산결정을 계기로 현실 정치세력들은 목전에 있는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통진당과 같은 위헌적인 세력과 연대하여 그들로 하여금 국회에 진출하도록 협조한 과오에 대하여 공개적이고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좌파는 인권, 반핵, 반전이 가장 기본적인 노선이라 할 것인데 대한민국 좌파들 중 북한인권 유린 상황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정파가 없고, 북한 핵무장에 대한 강경한 반대의견도 없었으며 심지어 상식 밖의 3대 세습에 대한 비판도 없었고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발언이 나와도 두둔하거나 외면했다.
이제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합리적 좌파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었으니 합리적인 좌파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현대사를 긍정한 전제 위에 종북 내지 친북노선의 청산에 대하여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들만의 힘으로는 이것이 어려웠으므로 합리적 좌파의 안착과 발전을 위해서도 이적단체해산법률은 제정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합리적 좌파가 안착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우파 세력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선의의 경쟁 파트너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 전체주의의 위험성과 참혹함, 북한 체제의 인권 유린 실태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널리 알려, 문화 예술 사회 전반의 좌파 세력들로 하여금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는 관행을 깨고 일어날 수 있도록 촉구하고 격려해야 한다. 북한 체제를 두둔하는 행위는 히틀러나 스탈린 체제와 같은 전체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널리 전파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자유민주주의 우파 시민사회도 우리나라 사회를 발전시켜 온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발굴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야 하고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젊은 세대에 대한 교육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2015년은 해방 70년이 되는 해이다. 헌재가 이런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이념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헌법적 기준을 제시하여 준 것을 감사하면서 우리에게 제시된 과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글/차기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