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주거복지시대로의 전환, 그 과제 [서진형의 부동산포커스]
입력 2026.06.08 07:00
수정 2026.06.08 07:00
서울 시내 한 아파트.ⓒ뉴시스
최근 정부는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복지가 아닌 전 국민을 위한 모두의 복지로 사회보장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등 새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 방향을 반영한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26~2030년)을 수정했다.
수정된 계획의 기본 방향은 모든 국민이 생애 전 과정에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으면서 보편적 권리로 복지를 누리고 사회보장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의 강화다.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제3차 기본계획(2024~2028년)은 ‘약자부터 두터운 복지’, ‘다음 세대와 상생’ 등을 강조하면서 만들어졌는데 계획이 중도 수정됐다.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는 사회복지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사회복지의 실현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의 근간은 주거복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주거복지가 실현되지 않으면 아동의 안전한 환경,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청년의 도약,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삶, 노년의 편안 삶을 추구하는 사회보장제도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주거복지정책의 방향이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거복지의 천국이라는 유럽에서도 최근 주택 임대료 급등에 따른 대규모 시위 등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근로자의 소득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상승이 불평등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포퓰리즘 정당들도 약진하고 있다.
초양극화로 가고 있는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를 보더라도 이들 유럽국가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1가구 1주택이 사회정의라는 정책기조가 유지되면서 가구의 분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임차인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던 전세제도도 사라지고 있다. 임대차계약 중 월세가 전세 비중을 앞지르면서 임차인의 월세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택가격과 임대료 상승은 수요를 고려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복지 뿐 아니라 서민의 임대주택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아래와 같은 로드맵에 따른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거취약계층에게는 국가에서 저렴한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이들 계층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수요를 예측해 이를 바탕으로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토지가 부족하면 임대주택지구를 설정해 용적률을 높이고 건축기준을 완화해 공급비용을 줄이는 방향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둘째, 청년, 신혼부부 등 차상위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급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젊은 계층은 국가발전의 초석이며, 국가 미래의 기반이다. 이들의 주거 불안도 함께 해결해야만 한다. 이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해야만 국가의 미래가 있다. 이들에게도 소득의 범위 내에서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셋째, 시니어 전용 주택에 대한 공급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주거 대책이 절실하다. 고급형, 실비형, 복지용 등으로 구분하여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고려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
넷째, 보편적 주거복지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재원마련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선택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가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비용 마련 방안이다. 제한된 국가 예산을 보편적 복지에 과도하게 투입하면 선별 복지의 대상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미래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과중될 수 있다. 한 번 시행한 복지비용은 줄이기 어렵다. 일부 유럽 국가들이 복지병으로 병들고 있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점진적 주거복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재원마련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보편적 주거복지시대로의 전환은 시대적 과제이다. 다만 무조건적 주거복지는 실패할 가능성이 이 많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효과적으로 설계해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글/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