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돼도 신당창당? "북한 지령따라"
입력 2014.11.25 08:28
수정 2014.11.25 08:35
해산심판시 시나리오 ①지하조직화 ②신당창당
전문가들 "이정희 2선후퇴는 내부 정비 의미"
통합진보당이 다가올 헌법재판소의 해산심판 결정을 앞두고 내부 조직정비에 들어간 가운데, 통진당의 향후 행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의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거 주사파의 일원으로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통진당이 해산되더라도 결국 북한의 지령에 따라 새로운 합법정당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기 2개월 남겨둔 이정희 대표, 2선 후퇴는 내부 재정비 신호탄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지난 23일 임시 당 대회를 갖고 “자주 민주 통일의 나무를 뿌리 뽑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진보당 강제해산 시도를 반드시 이겨내자”며 다음달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진보당을 지켜내야 하는 임무를 다 해내지 못했다. 내부의 정체에서 벗어나 진보당을 혁신하는 일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더 철저히 혁신해야 당이 지켜진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만이 법정을 넘어 현실정치에서 진보당을 살려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이 대표의 임기는 동시 당직선거가 예정된 내년 2월까지다. 정치권에서는 남은 2개월 가량의 임기를 줄이면서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서두르는 것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에 앞선 조직 재정비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종북’이라는 굴레가 씌어진 이 대표를 2선으로 후퇴시키는 것은 결국 ‘종북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헌재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통진당 ‘단결과 혁신위원회’가 만든 혁신안에는 이같은 의도를 반영한 듯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때를 놓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특히 지난 날 ‘대북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벌여 내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해산되더라도 결국 북한이 지시한 진보적 합법정당 포기하지 않을 것”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통진당의 향후 행보에 대해 “여러 상황을 보면 위헌 심판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 이들은 북한이 수십년전부터 계속 지시한 진보적 합법정당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RO에 관여했던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은 2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통진당이 ‘선군정치’를 이념으로 하는 정당이라는 내부 문건이 발견됐고, 이를 헌재가 증거로 채택했다고 한다”며 “여러가지 상황을 볼 때 위헌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해 ‘선군 사상에 기초한 변혁적 전위 조직의 합법 형태’로 규정하고 ‘선군 정치를 지지하는 활동이 한국 변혁 운동의 첫 번째 임무’라고 밝힌 내부 문건이 헌재에서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의 증거로 채택됐다.
선군정치는 지난 1990년 말부터 당시 북한의 국방위원장이었던 김정일이 주장한 것으로 군대가 국가의 기본이라는 북한의 정치사상이다.
유 사무총장은 “통진당이 해산되더라도 잔존세력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서 지하조직은 지하조직대로 만들고, 통진당을 대체할 합법 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아마 당명과 강령을 약간 수정해서 어떤 식으로든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계속 진보적 합법정당을 만들 것을 지시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하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의 생리는 파괴되면 어떻게든 복구해서 유지하는 게 오래된 관성”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북한이 남한 내 진보적 합법정당을 만들어 정치권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은 과거부터 계속적으로 시도돼 왔다.
과거 주사파 일원으로 활동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이 만든 대표적인 지하당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과 북한 대외연락부 과장 윤택림이 김영환 연구위원과 접선해 만든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며, 이들의 목적은 남한에 진보적 합법정당 건설을 통한 정치권에 혁명가들을 진출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과거 민혁당 혹은 RO 성원들은 ‘혁명가’ 혹은 ‘종북세력’들의 정치권 진출을 결과적으로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주사파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이종철 스토리K 대표도 “계속해서 반민주적 폭거에 반대하는 여론전을 펼치다가 모임을 만들고 결국 정치활동을 시작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이라며 “계속해서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결의를 모으면서 역량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과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자 한총련의 이름은 그대로 둔 채 별도의 단체를 만들었는데 그게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라며 “이런 식으로 기존의 조직을 유명무실화하면서 또 다른 조직체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통진당의 잔존세력들이 새정치민주연합 등 다른 야당으로 숨어들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아마 통진당이 해산되면 이후 대표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포착될 것인데, 지금 국면에서는 다른 야당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며 “야당을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그것이 주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사무총장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정의당 쪽 일부 사람들과 손을 잡고 정당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통진당이 해산되면서 주도권을 상실한 채로 새정치연합이나 정의당에 숨어들어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