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최후변론 앞두고 보수도 진보도 통렬한 '종북' 비판
입력 2014.11.22 09:23
수정 2014.11.22 09:27
이종철 "통진당의 종북세력은 기생충, 대한민국은 숙주"
노회찬 "통진당, 아직도 시대에 뒤처진 생각에 갇혀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최종 변론일을 앞둔 가운데 통진당의 행태를 지적, 비판한 서적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주축을 이뤘던 주사파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이종철 'Story K' 대표와 국내 노동운동계에서 활동하며 합리적 진보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노회찬 정의당 전 공동대표는 각각 ‘진보에서 진보하라’,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을 펴내 ‘진보정당’ 답지 않은 통진당을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진보’를 선도해야 하는 진보정당을 표방한 통진당이 오히려 ‘민주주의’ 정착시키고 활용하는데 서투르고 ‘진보’가 아닌 ‘퇴보’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통진당 특유의 ‘종북’성향, 특정 계파의 기득권 유지·확대를 위한 행태를 비난했다.
"통진당의 종북세력은 기생충, 대한민국은 숙주"
이종철 대표는 ‘진보에서 진보하라’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종북세력에 대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주사파 주도의 학생운동 속에서 전략전술 훈련을 받고 정치사상적 역량, 선전선동술을 두루 겸비했다. 하지만 개인 영달 추구가 목적은 아닌 헌신적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이러한 삶이 체화돼 이런 활동들이 자연스러운 습관이자 삶으로서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만한 신념체계와 동지적 의리, 그리고 조직적 규율로 뭉친 집단, 그에 필적할 집단을 한국사회에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 못할 대상이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해체하여 궁극적으로 북한과 같은 사회로 가자는 목적을 뚜렷이 가지고 있는 세력”이라면서 “종북세력은 기생충, 대한민국은 숙주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통진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주사파는 이성적 집단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주사파 탄생이후 다양하게 형성된 종북, 친종북, 진보 네트워킹의 한가운데에서 자신들의 독특한 기득권을 획득한 상황이기 때문에 진보의 혁명을 도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주사파가 변하고자 했다면 북한주민들이 굶어 죽을 당시 변했어야 했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들은 15년 전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며 북한을 두둔·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통진당의 노골적인 ‘침묵’에 대해서는 “북한인권 얘기를 하게 되면 에둘러서 피해서 이야기하도록 했으며 자본주의적인 눈으로 사회주의의 인권을 재단하지 말라는 논리로 대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난 2012년 5월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상규 통진당 의원이 당시 일명 ‘돌직구녀’로 불렸던 방청객의 북한인권·세습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 의원은 방청객의 질문을 ‘사상검증’이라며 질문과 관련이 없는 답변만 늘어놓은 바 있다.
이 대표는 “내가 (주사파로) 활동할 때랑 거의 그대로다. 그런 식으로 피해가도록 나름대로 자체 대응논리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의 경우도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핵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논리로 에둘러 표현한다”고 말했다.
"통진당, 아직도 시대에 뒤처진 생각에 갇혀있다"
노회찬 전 대표도 책을 통해 분당 전 통진당의 문제점에 대해 특정 계파의 기득권 확보·유지를 꼽았다. 통진당의 선거부정 사태는 ‘반칙 행위’를 해서라도 특정 계파의 권력을 더 얻겠다는 욕심이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표는 통진당 분당 당시에 대해 “선거부정 사건과 사건 수습과정에서 합의에 실패하면서 당이 깨졌다”면서 “설사 따로 사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것은 지키겠다는 정파 이기주의가 존재했다. 함께하는 데 있어야 할 신뢰나 일체감 등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중시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표는 “당시 이정희 대표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일관되게 어느 한쪽 편에 강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인이 해결하려 했다고 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으면서 일어난 통진당 해산 여론에 대해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무력을 이용해 혼란을 일으키려 한 세력의 존재에 대해서는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표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진짜 믿었다는 사람들이 남의 자주세력과 북의 자주세력의 힘을 모아 적과 싸운다는 발상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면서 “게다가 이 것이 한두 명의 치기어린 발언이 아니라 집단토론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도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사정을 아는 사람으로서 이는 당원모임이 아니었다”면서 “참가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당원이었을 것이지만 실상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대오 모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30년 전엔 너도나도 혁명만이 길이라 했으나 나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새로이 노선을 정립, 적응했다”면서 “그들도 그런 식으로 개화됐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시대에 뒤처진 생각에 갇혀 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 전 대표는 정당 외부로부터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조직은 지하정당이라고 규정, 모든 당내 정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무런 당직이 없는 이석기 의원이 이정희 통진당 대표를 내친 것도 지하당의 특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해 4월 북한을 상대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군사 행동을 하지 말라"고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이석기 의원이 5월 12일 합정동 RO모임에서 이를 비판하자 그날 이후 당의 대북 기조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공개적 대중정당이 밖으로부터 오더를 받아 그것을 안에서 관철하면 지하당”이라면서 “5월 12일도 그랬다. 당직도 맡고 있지 않은 사람이 이정희 대표를 한칼에 베지 않았나. 그날 이후로 다 달라졌다. 당 성명서고 뭐고 다 달라졌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노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통진당 분당 등 연이은 진보성향 정당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오히려 해묵고 낡은 진보세력의 요소 털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나는 이석기 부류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방향보다는 새로운 ‘진보’를 추구하는 ‘진보의 재구성’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디가서 ‘난 이석기 부류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효과도 없고 당장 이 프레임에 같이 갇혀 버린다”면서 “2~3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진보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진보의 해법은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진보인지 진보의 정체성에 대해 우선 합의해야 한다”면서 “그에 맞추어 하드웨어적 변화가 수반돼야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옛날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 즉 선거를 앞두고 급조해서 몸을 부풀렸다가 다시 깨지는 것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