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농성장 철거 추후 발표"
입력 2014.11.07 17:18
수정 2014.11.07 17:22
"당장이라도 거부하고 싶지만 수용, 독자적인 진상규명활동 벌일 것"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7일 국회 농성장 철수 여부에 대해 “오는 일요일 저녁 가족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세월호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참관한 후, ‘리멤버 0416’을 비롯한 60여개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까지 국회 농성장 철수 여부가 결정난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에 따르면,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국회가 시민단체 소속으로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됐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7일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을 반대하지 않되 △진상규명을 위해 독자적인 진상규명활동을 벌여나가며 △특별법에 따라 건설될 위원회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오늘 통과된 특별법은 당초 새누리당이 내놓았던 안에 비하면 확실히 진일보 했지만, 가족들과 국민들의 노력에 비하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며 “진상조사위원회 내 수사권 및 기소권 부여를 양보했음에도 조사권 강화를 위한 실질적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애초에 논의되던 과태료도 대폭 인하했으며, 자료제출을 거부할 때 최소한 해당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특별위원회의 인사와 재정을 담당할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여당의 고집대로 여당 추천 상임위원이 맡게돼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도 위협받게 됐다”며 “우리 가족들 마음 같아서는 이런 미흡한 법안을 당장이라도 거부하고 싶지만, 넉 달에 가까운 입법부의 고민과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활동이 시작돼야 하는 필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수용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오지숙 리멤버0416 대표는 회견문을 통해 “오늘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가족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대표가 “자식 잃은 부모를 눈 앞에서 보는 심정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겠느냐. 단지 ‘슬프겠구나, 원통하겠구나’가 아니라, 집에 있는 내 아이의 웃음을 볼 때마다 그 분들이 생각났다. 우리에게 세월호 유가족은 ‘그들’이 아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던 수십명의 유가족들은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떨궜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유 대변인의 선창에 따라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잡은 손 놓지 않고 안전한 사회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본회의 후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본회를 참관한 유가족들 향해 “수고하셨다, 죄송하다”며 절을 하자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대변인은 “우리는 인사를 받아서 좋다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설사 마음에 없더라도 아픈 사람들 앞에 와서 마음에 없는 쇼맨십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 대변인은 이어 “긴 시간 국회 앞에서 농성할 때 눈길조차 한번 안 줬던 사람들이 유족들한테 절 한번 했다고 야유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저들은 무슨 마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나, 진상규명을 하려는 진심이 티끌 만큼이라도 있나 싶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가족들은 국민들과 함께 머나먼 진상규명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