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높이' LG 김종규, 허세 아니었다
입력 2014.03.10 08:40
수정 2014.03.10 09:42
신인드래프트장 호언장담 코트서 실현
창원LG 우승 주역으로 통합 우승까지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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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신인’ 김종규(23·207cm)는 지난해 9월 30일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호명되자 창원LG 유니폼을 걸쳐 입고 단상에 올라 "KBL 내가 한 번 뒤집어보겠다. 느낌 아니까"라는 소감을 전했다.
프로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 반, 드래프트 긴장감에서 해방된 기쁨이 섞인 유머 반이 섞인 소감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한동안 김종규에게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녔다. 김종규가 프로에 데뷔한 이후 들쭉날쭉한 활약을 보일 때마다 "KBL은 언제 뒤집을거냐"는 짓궂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김종규도 다소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 겪어야했던 유명세였다.
승자는 결국 최후에서 판가름 난다. 김종규는 자신의 호언장담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성적으로 입증했다. LG는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막판 13연승의 폭발적 상승세를 타며 모비스와 SK를 제치고 역전우승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1997년 창단 이래 무려 17년 만에 맛본 첫 우승 감격이다. 그 역사의 중심에는 당당히 김종규가 있다.
올 시즌 김종규는 46경기 평균 29분 49초를 소화하며 10.7점. 5.9리바운드로 LG의 골밑을 굳건히 지켰다. 신인으로서 물론 뛰어난 성적이지만 'KBL을 뒤집을 정도'의 임팩트에는 못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 LG에는 이미 김종규가 입단하기 전 김시래,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 크리스 매시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했다.
하지만 김종규는 드러나는 화려한 플레이보다 공헌도 면에서 존재감을 어필했다. 득점원들이 풍부한 LG에서 김종규는 경희대 시절과 달리 수비와 리바운드 등 이타적인 궂은일에 더 힘을 쏟았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던 드래프트 동기 김민구(전주KCC)에 비해 개인성적은 뒤졌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김민구와 달리 김종규는 우승주역으로 더 빛날 수 있었다.
김종규 합류 전인 1라운드에서 5승4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넘는데 그친 LG는 2라운드 이후 35승10패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창단 첫 우승에 입맞춤했다. 농구에서 높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그의 공헌도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성적표다. 무엇보다 창단 이래 쟁쟁한 선수들 보유하고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LG에 '첫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안겼다. 그것만으로도 김종규는 이미 KBL를 뒤흔들었다기에 손색없는 활약을 남긴 것이다.
LG 우승으로 김종규는 신인왕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플레이오프에서 챔프전 우승을 통해 프로 데뷔해 대망의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것뿐이다. 김주성, 하승진, 오세근 등 KBL를 대표하는 선배 대형 빅맨들이 모두 데뷔해 이룬 업적에 김종규도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거머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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