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매의 눈 ‘15억’ 김태균 먹여 살릴까
입력 2012.04.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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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선구안, 김태균 타점 생산 도움
한화 클린업, 0.326 기록 맹타 과시
장성호의 선구안과 김태균의 장타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한 한화.
2년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온 김태균(30)이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인 연봉 15억원을 받고 친정팀 한화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은 심정수(전 삼성)의 7억 5000만원으로, 삼성에 복귀한 이승엽이 총액 11억원(연봉 8억원+옵션 3억원)으로 10억원의 벽을 허물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김태균이 심정수 연봉의 2배를 받아내며 역사를 다시 썼다.
자연스레 팬들 사이에서는 ‘15억원’이라는 몸값이 적정수준인가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실제로 김태균의 연봉은 지난해 한화 전체 연봉(26억8800만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거액. 이로 인해 한화의 올 시즌 연봉은 93.4%의 인상률을 기록, 최하위에서 2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물론 야구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할 것’ ‘일본 생활을 성공적이라 말할 수 없는데 과분한 대우’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심지어 ‘타율 4할 또는 70홈런-150타점을 해야 한다’라든지 ‘몸값을 해내려면 한화를 우승시켜야 할 것’ 등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김태균 역시 몸값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느끼는 모습이었다. 입단식에서 “과분한 대우다. 하지만 나에 대한 구단 측의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반드시 연봉에 걸맞은 플레이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시즌 김태균이 중점적으로 염두에 둬야할 부분은 방망이의 정확성(타율)보다 파워(홈런과 타점)다. 홈런포 양산은 자신의 거포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확실한 지름길이며, 타점은 팀 승리에 보탬을 줄 수 있다. 타율이 낮더라도 홈런 타자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화는 김태균이 일본으로 떠날 당시의 상황과 많이 다르다. 사령탑이 한대화 감독으로 교체됐고, 은퇴 수순을 밟은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의 후계자를 찾지 못해 선수층이 얇아졌고, 리빌딩은 실패로 이어졌다. 급기야 김태균보다 1년 먼저 돌아온 이범호마저 KIA에 뺏겨 3루수 자리는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선수영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대수와 장성호, 마일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이 과정에서 빼앗겼던 투수 안영명도 이범호 FA 지명선수로 되찾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화의 순위는 여전히 4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특히, 장성호는 김태균 타점양산에 지원사격을 해줄 도우미가 될 전망이다. 어느새 프로 17년차가 된 장성호는 ‘스나이퍼’라는 별명답게 안타 생산이 뛰어난 타자다. 20일까지 통산 1909안타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 역대 세 번째 2000안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안타 못지않게 장성호의 뛰어난 능력은 다름 아닌 선구안이다. 볼을 골라내는 장성호의 ‘매의 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통산 984개를 기록 중인 볼넷은 2천 안타보다 먼저 달성 가능한 기록으로, 은퇴한 양준혁(1278개)에 이어 프로야구 두 번째 1000 볼넷 고지를 밟게 된다.
장성호는 지난해 11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4 8홈런 37타점을 기록, 규정타석을 넘긴 커리어 가운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루율은 0.379(리그 10위)에 달했다. 리그 최다 볼넷(81개)을 얻어낸 덕분이었다. 지난해 타율과 출루율이 1할 넘게 차이 난 선수는 장성호와 두산 김동주, 한화 최진행이 전부다.
일단 장성호가 출루하면 김태균도 보다 쉽게 타점을 쌓을 수 있다. 올 시즌 타율 0.476(1위)을 기록 중인 김태균은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0.500)이 높고, 득점권에서는 0.571(14타수 8안타 7타점)로 괴물급 성적을 내고 있다.
김태균의 존재감은 장성호에게도 긍정의 효과를 일으킨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주자를 쌓아둔 채 김태균과 맞상대하기가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실투 하나가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피칭은 스나이퍼 장성호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와 거포의 조합은 지난 2009년 KIA를 우승으로 이끈 C-K포(최희섭-김상현)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주로 3번에 위치했던 최희섭은 134안타와 96개의 볼넷(타율 0.308-출루율 0.435)을 얻어냈고 이는 김상현이 타점왕(127개)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한화의 중심타선은 최근 장성호가 살아나면서 제 궤도에 오르고 있다. 5번 최진행이 여전히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한화의 클린업은 장성호-김태균 콤비 덕분에 타율 0.339(3위) 13타점으로 불을 뿜고 있다. 장성호의 매의 눈이 ‘15억 사나이’ 김태균에게 어떤 성적표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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