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악몽’ 윤석민…롯데 잡고 류현진 정조준?
입력 2012.04.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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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사구 악몽 후 롯데전 부담
전구단 승리없어 '표적등판' 오해도
윤석민은 지난 2010년 사구악몽 이후 롯데전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KIA 에이스 윤석민(26)은 지난해 투수 4관왕을 비롯해 MVP까지 차지하며 ‘2011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윤석민이 ‘현역 최고의 투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다. 아직 두 가지 관문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부동의 에이스 류현진(한화)은 윤석민의 최대 라이벌로 손꼽힌다.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 여파로 데뷔 첫 정규이닝을 돌파하지 못했고, 승수도 11승에 그쳤다. 이에 윤석민은 “류현진과 김광현의 부상으로 타이틀을 차지했다는 팬들의 말을 듣기 싫었다”고 말할 정도다.
류현진이 정상 컨디션을 되찾은 올 시즌, 두 괴물은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2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은 17이닝을 소화했고, 이 가운데 1경기는 9이닝 완투승으로 이어졌다. 류현진도 3경기에 등판해 아직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무지막지한 탈삼진(경기당 9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연말 골든글러브 수상 여부 또는 시즌 중 맞대결이 이뤄질 때까지 ‘본좌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민이 ‘최고의 투수’가 되기 위해 넘어야할 또 다른 관문은 ‘핵타선’으로 중무장한 롯데 자이언츠다.
윤석민에게 롯데는 부담으로 기억되고 있다. 악몽은 지난 2010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던 그해 8월, 롯데전 홈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은 홍성흔의 왼쪽 손등을 맞히는 사구(死球)를 던지고 말았다. 이 부상으로 홍성흔은 시즌 막판 한 달을 결장해야 했고, 득점과 타율 등 타자부문 타이틀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윤석민은 불과 9일 뒤, 이번에는 사직 원정경기서 롯데의 주장 조성환의 헬멧을 정통으로 맞히고 말았다. 가뜩이나 홍성흔의 부상으로 예민했던 롯데 홈팬들은 거센 야유는 물론 급기야 그라운드에 물병과 오물을 투척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윤석민은 모자를 벗고 사과하기에 이르렀지만 후유증이 심각했다. 경기 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진 윤석민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겹쳤고, 20일 가까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KIA 역시 에이스를 잃어버린 뒤 실낱같던 4위 희망이 사라지며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듬해 윤석민은 MVP 시즌을 보내지만 유독 롯데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일한 선발등판이었던 지난해 5월 홈경기에서는 5.2이닝동안 10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윤석민의 지난해 롯데전 상대전적은 7.2이닝(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7개 구단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따라서 류현진과 김선우, 니퍼트 등 9명이나 달성한 전구단 상대 승리도 윤석민은 챙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윤석민이 롯데전을 기피하기 위해 ‘표적등판’한다는 오해가 불거지기도 했다. 로테이션 역시 절묘하게 롯데를 비켜갔고, 윤석민 역시 지난해 “솔직히 롯데전에서는 몸쪽으로 못 던지겠더라”라며 부담감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시즌 윤석민의 7개구단 상대전적.
하지만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한다. 사구 악몽의 당사자인 홍성흔은 지난 개막 미디어데이 때 멀쩡한 손을 내밀어 보인 뒤 감싸안아줬고, 윤석민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조성환 역시 “경기 중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며 넓은 포용력으로 동료애를 부각시켰다. 따라서 오는 22일 광주에서 열릴 롯데전은 윤석민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 감독은 “로테이션상 윤석민이 22일 경기에 나선다”고 일찌감치 밝혔다.
변수는 날씨다. 22일 광주는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선 감독도 “윤석민이 지난 경기서 완투를 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쉬게 해주고 싶다”라며 내심 비가 내리길 바라고 있다. 물론 선 감독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비가 오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윤석민이 나설 전망이다.
윤석민의 롯데전 통산 성적은 지난해에만 주춤했을 뿐 10승 5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99로 뛰어나다. 2010년에는 롯데를 상대로 3승이나 챙겼고, 이전 해에는 3세이브와 평균자책점 0을 찍기도 했다. 윤석민이 롯데전에 당당히 선발로 나서 사구 악몽을 떨칠 수 있을지, ‘최고 투수’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 열리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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