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6000만$ 자존심 “축하인사 받기 싫다”
입력 2012.04.11 01:01
수정
데뷔전 5실점 뭇매 “최악투구” 자책
거물급답게 쑥스러운 첫승 축하 사절
10일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부진했던 다르빗슈.
6000만 달러의 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다르빗슈 유(26·텍사스)가 데뷔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다르빗슈는 10일(한국시각) 4만여 관중이 운집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레인저스볼파크서 열린 ‘2012 MLB’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⅔이닝 동안 8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폭투와 사구도 하나씩 있었다. 평균자책점은 7.94.
지난 시즌 득점·타율 등 주요 공격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에 머문 대표적인 ‘물타선’ 시애틀을 맞이해 1회에만 4실점하는 등 불안했다. 최고구속은 96마일(약 155㎞)까지 찍었지만, 전체적으로 제구력이 썩 좋지 않았다. 강속구를 의식한 탓인지 직구 제구력이 특히 좋지 않았다. 1회 등판하자마자 볼만 연속 5개를 던지는 등 110개 투구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고작 59개.
노모·마쓰자카·우에하라 등 역대 일본인 선발투수 데뷔전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는 내용이다. 다르빗슈는 시범경기에서 총 4번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텍사스 4선발로서 데뷔전을 치른 다르빗슈는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제구력이 흔들려 통타를 당하긴 했지만, 홈런 4방 포함 12안타를 몰아친 화끈한 텍사스 타선 덕에 데뷔전에서 ‘쑥스러운’ 승리를 챙겼다.
다르빗슈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5실점 첫 승, 최악의 투구였다. 다시는 이렇게 던지고 싶지 않다“고 자책하며 ”매 시즌 첫 등판은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전했다. 팀이 이겼고 타선 덕에 MLB 첫 승을 기록했지만, 축하한다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며 쑥스러운 승리에 대한 소감을 대신했다.
6회초 텍사스가 8-5로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 텍사스 홈팬들은 부진한 그에게 환호했지만, 다르빗슈는 모자를 들어 인사하거나 손을 드는 등의 화답은 전혀 하지 않았다. 부진한 투구에 면목도 없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매 시즌 첫 등판 때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다르빗슈의 자존심만큼은 이치로 말대로 벌써 메이저리그 베테랑급에 도달했다.
다르빗슈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시절부터 시즌 첫 경기에 약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다르빗슈는 7실점 하는 등 2009시즌부터 3년 연속 패전투수가 됐다. 일종의 징크스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날 고전한 원인에 대해 "세지 않은 시애틀 타자들을 맞이해서도 도망가는 피칭을 했던 탓“이라는 현지 중계진의 지적도 있었다. 다르빗슈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많이 긴장한 것 같다. 더욱 공격적인 피칭을 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의 투구를 분석하는 등 대투수답게 개선점을 빨리 파악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피안타는 스즈키 이치로(39)에게 맞았다. 이날 이치로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2루타 포함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또 다른 일본인 타자 가와사키(31)도 다르빗슈를 상대로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8안타 중 3안타를 이들에게 맞았다.
일본 퍼시픽리그 소프트뱅크를 거쳐 시애틀에 입단한 가와사키는 "일본에서도 안 좋을 때가 있었다"며 “금세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일본 언론도 다르빗슈의 혹독한 데뷔전을 조명했다. 일본 스포츠신문 <산케이스포츠>는 “다르빗슈가 기념이 될 만한 첫 선발 등판에서 시련을 만났다. 메이저리그의 벽을 절감한 데뷔전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르빗슈는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활약한 7시즌 동안 93승 38패 평균자책점 1.99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받았다. 1268⅓이닝을 소화하면서 기록한 탈삼진도 1250개에 이른다.
2007년에는 일본 최고 투수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사와무라상의 주인공이 됐다. 메이저리그 첫해에도 두 자릿수 승리는 문제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다르빗슈는 1m96 장신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춰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자랑한다.
텍사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르빗슈 영입에 포스팅비(5170만달러)와 연봉(6년 6000만달러)을 합쳐 1억 달러 이상을 퍼부었다. 다르빗슈의 다음 등판은 오는 15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가 될 전망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관련기사]
☞ ‘지옥의 161km’ 파이어볼러 열광하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