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화 ‘스틸레이’, 눈은 즐거운데…극장에서 볼 이유는 아직 [볼 만해?]
입력 2026.10.07 14:01
수정 2026.10.07 14:01
아이돌 닮은 주인공부터 전투 로봇까지, 시선 붙잡는 비주얼
성우 목소리에도 남은 어색한 호흡…예상 가능한 서사·음악 선정은 아쉬움
한국형 로봇 SF의 가능성 넓혔지만, 상업영화의 만족도는 별개
잘생긴 주인공과 전투 로봇이 눈길을 붙잡은 ‘스틸레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화가 시각적으로 어디까지 매력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인물이 움직이고 말을 주고받으면, 매끈함 사이로 어색함이 비집고 들어온다. 새로운 제작 방식의 성취에 감탄하다가도 한 편의 상업영화로 충분히 재미있는지를 물으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워진다.
영화는 인간을 위협 요소로 판단한 자율 판단 로봇 에이라에 맞서는 윤강의 이야기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던 윤강은 아버지가 남긴 전투 수트 ‘스틸레이’를 입고 자신이 만든 AI 아라와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코드 제로’를 둘러싼 위기에 뛰어든다.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첫 번째 요소는 의외로 거대한 전투보다 윤강의 얼굴이다. 앤더블(AND2BLE) 한유진, 라이즈(RIIZE) 원빈 등 5세대 보이그룹의 비주얼 멤버들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에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가 더해져 주인공을 따라갈 마음을 만든다. 인물의 외형적 매력은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하나의 장치다. ‘스틸레이’는 이 지점에서 제법 효과적으로 출발한다.
‘스틸레이’ 스틸컷 ⓒ라온컴퍼니플러스
시각적 장점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로봇과 전투 수트 역시 보는 재미를 준다. 인물과 기계의 디자인이 함께 눈길을 끄는 덕분에 영화가 내세우는 SF 세계에 진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로봇과 전투 수트가 중심이 되는 SF 액션에서 상상한 세계를 장편의 볼거리로 구현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표현 영역을 넓혔다는 의미와 함께, 화면 자체로 눈을 즐겁게 한다는 작품의 장점도 인정할 만하다.
문제는 매력적인 외형이 자연스러운 인물 표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람의 움직임에는 이질감이 남고 대사를 내뱉을 때의 호흡도 매끄럽지 않다. 얼굴에 시선을 빼앗겼다가도 말과 행동이 이어지는 순간 인물이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의식하게 된다. 그때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던 몰입이 끊긴다.
서사가 이 간극을 메울 만큼 강하지도 않다. 인간을 위협하는 AI와 이에 맞서는 주인공, 아버지를 찾는 개인적 목표가 인류의 위기로 이어지는 구도는 이미 많이 본 스토리인데 그 친숙함을 넘어설 만큼 독자적인 이야기의 매력을 충분히 쌓지 못한다. 윤강의 외모가 첫 관심을 끌어낸 뒤에는 서사가 그 관심을 이어받아야 하지만 끝까지 비주얼의 힘에 기대는 인상이 남는다.
‘스틸레이’ 스틸컷 ⓒ라온컴퍼니플러스
음악도 아쉬움을 보탠다. 화면이 로봇 SF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데 비해 OST가 환기하는 분위기는 TV 액션 드라마나 ‘또봇’ 같은 로봇 애니메이션에 더 가깝다. 그런 음악적 색채 자체가 약점인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화면의 규모와 어우러져 긴장이나 감정을 키우기보다 장면을 다소 가볍게 받아들이게 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극장에서는 제작의 새로움도 관람의 만족도로 이어져야 한다. 관객이 표를 고를 때 ‘AI로 이만큼 만들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영화 대신 이 작품에 시간과 비용을 쓸 이유가 필요하다.
AI 영화가 도달한 현재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스틸레이’는 흥미로운 관람이 될 수 있다. 로봇 전투의 볼거리를 구현한 성과도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SF 액션 한 편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영화가 마음까지 붙잡으려면 결국 이야기가 필요하다. 10월 21일 개봉 예정, 러닝타임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