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면허 1종보통’, 카메라보다 필요한 건 운전면허 [쇼트 시네마(175)]
입력 2026.10.04 14:33
수정 2026.10.04 14:33
한서원 감독 연출
왓챠서 서비스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졸업영화를 준비하는 연출 하민(김하민 분)은 조연출과 촬영감독, 미술감독, 제작부 막내 등 스태프를 모아 시나리오 회의를 시작한다. 조연출은 영화제 출품을 이야기하며 작품을 치켜세우지만, 친구인 촬영감독은 내러티브가 없다며 혹평한다.
ⓒ'영화면허 1종보통' 스틸
미술감독 역시 이전 시나리오가 더 좋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제작부 막내는 작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 촬영감독과 사운드감독 사이에는 사적인 악연까지 얽혀 있다.
하민이 만들려는 영화는 영화 스태프를 구하면서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요구하는 현장의 현실을 꼬집는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촬영 현장에서도 누가 운전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시나리오를 둘러싼 평가와 각자의 사정까지 뒤섞이며 준비 과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결국 제작부원을 새로 구하기로 한 하민은 구인 공고를 작성한다. “즐거운 분위기의 팀이니 부담 갖지 말고 연락주세요. 1종 보통 면허자 우대.”
‘영화면허 일종보통’이 겨냥하는 지점은 단순하다. 영화를 찍기 위해 모였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영화보다 운전면허가 더 절실해지는 아이러니다.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도 짧고 투박하다. 시나리오를 무작정 칭찬하는 조연출, 휴대전화만 보는 제작부 막내, 면전에서 작품이 별로라고 말하는 촬영감독까지 인물들은 날것에 가깝다.
여기에 촬영감독과 사운드감독의 사적인 악연까지 끼어들면서 진지해야 할 시나리오 회의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매끈하게 정돈하기보다 실제 학생영화 현장의 어수선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가 웃음을 만든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결말이다. ‘영화를 찍는데 왜 1종 보통 면허가 필요하냐’고 묻던 하민은 결국 제작부원을 구하는 공고에 ‘1종 보통 면허자 우대’라고 적는다. 부조리를 알고도 당장 영화를 찍으려면 그 현실에 기대야 한다. 비판하는 사람조차 같은 관행을 반복하게 되는 순간, ‘영화면허 일종보통’의 투박한 농담은 제법 씁쓸해진다. 러닝타임 17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