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분 뛰고 전역모? 축구대표팀 군면제 소감 도마…안철수·유승민도 일침
입력 2026.10.04 13:55
수정 2026.10.04 15:44
ⓒ 박승수 SNS
솔직하지만 씁쓸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뱉은 ‘군 면제’ 발언이 병역 혜택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후반 16분 엄지성의 결승골로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0-0 맞선 후반 16분. 양민혁이 일본 수비를 압박해 공을 빼앗은 뒤 가까스로 크로스를 올렸다. 일본 골키퍼가 공을 쳐 냈지만 엄지성 앞으로 향했고, 왼발로 엄지성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한국 축구의 4회 연속 금메달로 이어진 값진 결승골이다.
3만 여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일본을 물리친 한국은 3개 대회 연속 결승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이민성 감독과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얼싸안고 포효하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시상식 과정에서 태극기가 제대로 게양되지 않아 조직위원회의 부실 운영을 직격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와 함께 선수들이 여과 없이 뱉은 금메달 소감 또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민성호에서는 무려 20명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대다수 유럽파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병역으로 인한 걱정 없이 커리어를 지속하게 됐다.
병무청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보충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선수만이 체육요원이 되고,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 해왔던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이라 사실상 군면제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국한해 체육인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토론은 이어져왔지만, 현재까지는 해당 제도가 유지됐다. 가뜩이나 ‘병역 혜택’에 따른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데 철없는 어린 선수들이 내뱉은 발언이 불을 지폈다.
경기 직후 2007년생인 박승수(뉴캐슬)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자기 SNS에 업로드했다. 대표팀 내 누군가 전역모를 대회 기간 챙겨간 것이나 자랑하듯 SNS를 통해 세리머니한 것을 두고 경솔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박승수는 3경기에서 16분 뛰고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박승수보다 한 살 많은 양민혁(베스테를로)도 이날 경기 직후 현지 취재진 앞에서 “메달, 우승 트로피는 생각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물론 병역 혜택은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 국가대표로서 헌신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 품격에 맞는 단어 선택과 표현을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금메달 축하나 지지가 아닌 역풍이 불어올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즉각 반응했다.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국가대표에게 군면제는 가당치도 않다”며 아시안게임 군면제는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군대 안간다고 자랑하는 국가대표 축구팀, 군대가 혐오시설인가? 나라를 위해 발목잃은 군인은 바보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단 16분 뛰고 ‘전역모’ 쓴 철없는 19살, ‘군 면제만 바라봤다’는 신성…한국 축구 4연패에 찬물 끼얹은 ‘선택받은 자들’”이라는 제목의 한 매체 기사도 캡처해 첨부했다.
이어 며칠 전 서부전선에서 북한의 지뢰로 군장병이 발목을 잃었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위험지역을 수색하다 다친 참변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희생을 두고 해야 할 말”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시안게임 군면제, 이제 재고해야 한다. 군 면제 없이도 우승하고 금메달 따오는 선수도 많지 않나?”라고 했다.
모든 선수가 그렇게 철없는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 금메달을 이끈 핵심 주역 엄지성(스완지시티)은 우승 직후 “병역 문제를 생각하기보다 모두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여 일군 것이 값지다. 이제 소속팀에 복귀해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소양 교육을 통해 인터뷰 스킬부터 교육을 많이 했지만, 모든 선수의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며 “어떻게 보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발언이다. 국가대표 선수답게 표현에 품위를 갖추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AG 축구대표팀은 병역 관련한 언행과 퍼포먼스로 논란이 됐던 상황에 대해 주장을 통해 사과를 전했다. 이기혁은 "국방의 의무를 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진짜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국방의 의무를 제가 가볍게 여겼던 것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