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위 한국, ‘선택과 집중’ 한계?…중국은 4배·일본도 2배
입력 2026.10.04 12:50
수정 2026.10.04 12:51
여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펜싱 대표팀.ⓒ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종착지로 향하는 가운데 한국 선수단은 목표했던 금메달 개수를 채우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를 획득하며 총 메달 수 150개로 종합 3위를 기록했다. 당초 대표팀이 목표로 설정했던 금메달 40개 고지에는 단 한 개 차이로 미치지 못했다.
반면 경쟁국들과의 체급 차이가 더욱 뚜렷해졌다. 종합 우승을 차지한 중국은 한국의 4배인 금메달 169개를 쓸어 담으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고, 2위 일본 역시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금메달 83개를 수확하며 확고한 아시아 2위 자리를 고수했다. 한국 스포츠가 그간 유지해 온 '아시아 톱2' 경쟁구도에서 한 발짝 더 물러선 모양새다.
종목별로는 효자 종목의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빛난 종목은 단연 펜싱이었다. 펜싱 대표팀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 등 총 10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가장 많은 금메달과 총 메달을 선사한 효자 종목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농구의 화려한 부활도 반갑다. 남녀 농구 대표팀이 나란히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물론, 3x3 농구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농구의 자존심을 바로 세웠다. 국제 무대에서의 성과가 차기 시즌 국내 프로농구 리그 흥행에 어떤 긍정적 바람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배드민턴에서는 '세계 최강' 안세영이 압도적인 클래스를 입증했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기력으로 대회 2연패 대업을 달성, 명실상부한 세계 배드민턴 여제의 위용을 드높였다.
5연패에 성공한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하지만 전통의 '메달 밭'이었던 양궁과 수영에서는 아쉬운 성적표가 나왔다.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냈으나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 인도의 약진에 발목을 잡히며 여자 리커브 부문에서는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초로 '노골드'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수영은 대표팀 내 가장 많은 20개의 메달(금 1, 은 6, 동 13)을 수확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금메달은 단 1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유도는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최소한의 체면치레에 그쳤으며, 과거 한국 스포츠의 메달 창고 역할을 했던 레슬링(동 1)과 역도(은 1)는 단 한 개의 금메달도 건지지 못해 극심한 침체를 드러냈다.
인기 구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는 나란히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목표를 이뤘다. 하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야구 대표팀의 경우 상대 국가들과의 수준 차이로 인해 '너무 쉽게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혹독한 비판과 제도 개선의 목소리에 마주하게 됐다.
노골드에 그친 여자 양궁. ⓒ 뉴시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동아시아 3국 간의 성적 격차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막대한 저변과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전 종목에 걸쳐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이 150개 이상의 금메달을 가져가는 동안 한국과 일본의 금메달 합계조차 중국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의 성장세 역시 눈부시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전환점으로 삼아 엘리트 스포츠 인프라 강화와 선수 육성에 과감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온 결과가 국제 무대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은 금메달 20개로 종합 3위에 오른 반면, 한국은 금메달 13개로 종합 8위를 기록했다. 파리 올림픽 당시 미국과 함께 금메달 40개로 공동 1위에 올랐던 중국의 위세까지 감안하면 중국, 일본과의 격차 확대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결국 과거 한국 스포츠의 성장을 이끌었던 소수 엘리트 대상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초 종목의 저변 확대와 과감한 인프라 투자 없이는 아시아 정상권 유지는커녕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