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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드레스덴은 왜 세계유산 지위를 내려놨나… "종묘도 '우리 기준' 필요"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6.10.03 06:00
수정 2026.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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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개발 논란,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발전 충돌 재조명

유네스코의 경고에도 도시정비·교통 사업 추진한 해외 도시들

"이분법적 시각 넘어 종묘 가치 지킬 자체 기준 마련해야"

종묘 일대.ⓒ뉴시스

서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개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개발의 균형을 고민했던 해외 사례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인프라 개선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킨 사례다.


영국 리버풀과 독일 드레스덴은 유네스코의 반복된 우려에도 각기 항만 재개발과 교통 인프라 확충 사업을 추진해 결국 세계유산 지위를 상실했다.


리버풀은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 낙후된 항만 지역을 재개발하고 축구 경기장 건설 등 도시 발전을 도모했다. 유네스코는 2012년 리버풀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했고, 개발계획 변경을 요구했으나 리버풀은 재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2021년 유네스코는 리버풀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훼손을 이유로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등재 취소 이후에도 도시경쟁력은 오히려 상승했다. 항만 재개발과 문화·관광산업 육성이 이어지면서, 리버풀 시티 리전(Liverpool City Region)의 관광산업은 2023년 62억5000만파운드로 전년 대비 21% 성장했고, 방문객 수와 관광 일자리도 증가했다. 도시경관도 항만 일대의 재편과 역사적 자산 보존, 공원·보행공간 확충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역시 세계유산 지위와 교통 인프라 확충 사이에서 시민들이 직접 선택했다. 엘베강을 따라 펼쳐진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으나,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4차선 발트슐뢰스헨 다리 건설이 추진됐다. 2005년 주민투표에서 67.9%가 다리 건설에 찬성했고, 유네스코는 2009년 엘베계곡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했다.


드레스덴이 다리 건설을 통해 기대했던 교통 편익은 개통 이후 실제 수치로 나타났다. 발트슐뢰스헨 다리 개통 1년 뒤 드레스덴시 조사에 따르면 엘베강을 건너는 주요 노선의 평균 주행속도는 평상시 시속 26.2㎞에서 31.3㎞로, 혼잡시간에는 20.3㎞에서 28.3㎞로 빨라졌다.다리 개통 이후 주요 노선의 주행속도는 빨라졌고, 기존 교량의 통행량도 감소했다. 드레스덴시는 다리 설계와 주변 녹지 조화 등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도 병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정원에서 현장 브리핑 후 세운4구역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서울시

이들 사례는 세계유산 지위 상실이 반드시 도시 발전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낙후지역 정비, 교통망 확충, 도시환경 개선 등 공익적 효과가 동반됐기 때문이다.


서울 종묘 인근 개발 논쟁의 핵심은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 규제 완화와 녹지 조성 계획이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종로변과 청계천변 건물 높이를 각각 98.7m, 141.9m로 상향하고, 세운상가군 철거 후 13만6000㎡ 규모의 녹지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고층 건물이 종묘의 역사문화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 담장에서 180m 떨어져 있고, 현행 제도상 영향평가 요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종묘 보존 논쟁에서도 세계유산 지위와 개발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보호해야 할 경관의 범위와 건축물의 높이·폭·배치·디자인 등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국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개발로 조성되는 공공적 가치와 도심 경관 변화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세계유산 보존에서 중요한 것은 유네스코 등재 유지 자체가 아니라, 해당 유산의 본질적 가치를 무엇으로 보고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명확한 기준을 갖는 것"이라며 "리버풀과 드레스덴 사례 역시 국제기구의 판단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보다 문화유산 보존과 도심 발전의 공존을 위한 자율적 원칙과 책임 있는 선택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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