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세워만 두기엔 아깝다”…오프로드의 G바겐, 서킷 안 GT55 [시승기]
입력 2026.10.03 06:00
수정 2026.10.03 06:00
벤츠 익스피리언스 센터·AMG 스피드웨이서 시승
G63, 오프로드서 경사길·바위 구간도 거뜬히 통과
GT55, 강력한 힘에 경쾌한 코너링까지 갖춘 매력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강남 도로 위에 세워놔도 어색할 구석이 없는 차. 반듯하게 각진 차체와 큼직한 삼각 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압도적인 덩치까지.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이른바 ‘G바겐’이다.
포장된 도로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면 이 차의 반쪽만 본 셈이다. G바겐의 진가를 확인하려면 매끈한 아스팔트부터 벗어나야 했다. 보기 좋은 곳에 서 있을 때보다 가기 어려운 곳을 넘어갈 때 더 매력적인 차였다.
지난 29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벤츠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네 대의 차량을 시승했다.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는 AMG G63과 GLE로 오프로드를, AMG 스피드웨이에서는 AMG GT43과 GT55로 서킷을 달렸다. 같은 삼각별을 달았지만 잘하는 일도,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방법도 각자 달랐다.
길을 잘못 든 줄 알았는데…G바겐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메르세데스-AMG G63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2024년 문을 열 상설 오프로드 체험 공간이다. 2만6000㎡ 이상 부지에 숲과 경사면 등 실제 자연 지형을 살렸다. 평소 운전할 때라면 피해서 갈 길을 굳이 찾아 들어가는 곳이다.
G63 앞에 놓인 코스가 딱 그랬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길을 보고 있자니 ‘G바겐으로 이런 길을 간다고?’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바위가 불규칙하게 깔린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잘못 들어선 기분이었지만, 이날은 그곳이 정해진 길이었다.
익스피리언스 센터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메르세데스-AMG G63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걱정은 사람이 했고, 통과는 차가 했다. G63은 30도까지 기울어진 길과 바위 구간을 문제없이 넘어갔다. 눈으로 보고 망설였던 곳을 막상 차에 탄 채 지나고 나니, 조금 전의 의심이 무색해졌다. 도심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커다란 차체가 험로에서는 제법 든든하게 느껴졌다.
이런 험로 주행은 단순히 엔진 힘이 세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다. G63은 센터와 앞·뒤에 총 3개의 디퍼렌셜 록을 갖췄다. 바퀴 사이의 회전 차이를 제한해 한쪽 바퀴가 헛돌더라도 접지력을 확보한 바퀴로 차를 움직이도록 돕는다. 저속에서 구동력을 키우는 로우 레인지 감속기는 가파른 오르막이나 바위 구간을 넘을 때 힘을 보탠다.
익스피리언스 센터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메르세데스-AMG G63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V8 바이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585마력, 최대토크는 86.7㎏f·m다. 빠르게 달리기에 충분한 힘이지만, 이날은 다음 장애물을 넘는 데 더 요긴했다. 카메라 영상으로 차량 앞쪽 아래의 지형을 보여주는 ‘투명 보닛’ 기능도 갖췄다. 보닛 너머 보이지 않는 길까지 운전자의 감에만 맡기지는 않는 셈이다.
물론 G바겐을 사는 모두가 바위 길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능력을 갖춘 차를 포장된 도로에서만 바라봤다는 사실은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각진 외형이 좋아서 눈길을 줬다면, 험로에서는 그 안에 담긴 실력에 다시 관심이 갈 만하다. 강남보다 오프로드가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은 타보고 나서야 실감이 난다.
직선만 기다릴 필요 없다…GT 형제는 코너도 ‘재밌다!’
AMG 스피드웨이 내 메르세데스-AMG GT43·GT55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오프로드에서 ‘저기를 지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서킷에서는 차가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 집중하게 된다. 무대는 2018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AMG 브랜드 트랙, AMG 스피드웨이다. 약 4.3km 길이에 16개 코너가 이어져 가속과 감속, 방향 전환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서킷에서는 AMG GT43과 GT55를 차례로 몰았다. GT43은 직렬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51㎏f·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가 걸린다. 가격은 1억4950만원이다. 숫자 ‘43’이 작아 보인다고 성능과 가격까지 만만하게 볼 차는 아니다.
메르세데스-AMG GT55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GT55는 4.0ℓ V8 바이터보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71.4㎏f·m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결합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9초. 가격은 2억1000만원으로 GT43보다 6050만원 높다. 배기량과 실린더 수뿐 아니라 구매를 고민할 때의 부담도 함께 커진다.
GT55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코너링이었다.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차가 휙휙 방향을 바꾸는 감각이 경쾌했다. 실제 차의 무게와는 별개로, 운전석에 전해지는 움직임은 가볍게 느껴졌다. 큰 엔진을 품었다고 움직임까지 무거울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AMG 스피드웨이를 주행하는 메르세데스-AMG GT55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고성능 스포츠카라면 긴 직선에서 가속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GT55에서는 코너도 기대할 만하다. 굽은 구간을 돌아나가는 동작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서킷용 차 같다’는 생각이 든 것도 단순히 빠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핸들을 트는 순간마다 차의 성격이 또렷하게 전해졌다.
다만 이번 경험은 정해진 오프로드와 서킷 안에서 이뤄졌다. 일상에서 얼마나 편안한지, 오래 탔을 때 피로가 얼마나 쌓이는지는 가늠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날 느낀 주행 감각을 공도에서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 타깃
- G바겐의 각진 멋만큼 험로 실력도 누리고 싶은 당신
- 직선보다 코너가 기다려지는 차를 찾는다면 AMG GT55
▲ 주의할 점
- G바겐의 험로 실력에 반했다면, 일상 승차감은 별개
- GT43에서 GT55로 눈을 돌리는 순간, 차값은 6050만원 더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