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다음은 '탈모'…K제약사, 모낭 깨우고 호르몬 제어까지 [머리 위의 골드러시①]
입력 2026.10.06 06:00
수정 2026.10.06 06:00
'비만약' 대가 릴리도 탈모 신약에 900억원 투입
편의성 높인 주사제부터 모낭 살리는 재생형까지
탈모는 인류의 오랜 난제입니다. 최고 권력자도, 재벌도 탈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평범한 탈모인들을 좌절하게 만듭니다.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기도 합니다. "탈모를 해결하는 자, 돈방석에 앉으리니." 인류의 난제를 풀고 '머리 위 금맥'을 캐기 위해 분투하는 제약, 바이오, 코스메틱, 이너뷰티 업체들의 골드러시를 조명합니다. [편집자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비만약 성공 이후 제약사들의 다음 '골드러시' 타깃으로 탈모가 떠오르고 있다. 미용 영역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100개가 넘는 탈모 치료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마운자로'로 성공한 일라이릴리도 올해 탈모약 개발에만 최소 900억원(6600만달러)을 투입했다.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도 글로벌 추세에 맞춰 탈모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탈모 치료 신약 후보물질 'CKD-843'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매일 한 번 먹어야 했던 두타스테리드 알약을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로 바꾼 개량 신약이다. 임상 3상은 내년 하반기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개발 중인 국내 탈모 신약 중에 가장 상용화에 가깝다.
국내 탈모약 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종근당의 사례처럼 기존 탈모약의 제형을 바꾸는 개량 신약 개발이 있다. 특허가 만료된 탈모약 성분의 제형을 바꿔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 역시 피나스테리드를 월 1회 맞는 주사제로 개발해 호주에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한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탈모 치료제는 장기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투약 편의성이 높고 치료 지속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방식의 탈모약이 새로운 활로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새로운 치료 기전을 도입하는 방식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탈모약으로 널리 쓰이는 두타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 등 성분의 효능은 남아있는 모발을 유지하는 데 그친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만큼 여성은 활용하기 어렵기도 하다. 중간에 탈모약 복용을 중단하면 그나마의 효과도 사라진다.
부작용이 적고 효능은 좋은 새로운 치료 기전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던 배경이다. JW중외제약은 오랜 기간 머리카락의 뿌리인 '모낭'을 되살리는 방식의 탈모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모낭은 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중간 중간 휴지기를 갖는다. 그런데 탈모가 진행되면 모낭이 휴지기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 잠들어 있게 된다.
JW중외제약은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해 발모를 유도하는 탈모 신약 후보물질 'JW0061'을 개발하고 있다. 남녀 모두 쓸 수 있는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의 결과는 내년 상반기 예정돼 있다.
남성형 탈모(안드로겐성 탈모)의 주된 원인인 남성호르몬을 제어하는 새로운 치료 기전도 있다. 통상 남성형 탈모는 테스토르테론이 몸 속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뀌면서 진행된다. DHT가 모낭을 공격해 머리카락을 점점 약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유전적으로 DHT에 민감한 사람일 수록 탈모가 빨리 진행되는 이유다.
국내 바이오텍 올릭스는 다른 방식으로 RNA간섭(RNAi) 기술을 활용한다. DHT는 모낭의 안드로겐 수용체(AR)와 결합하면서 탈모를 일으킨다. 현재 올릭스가 개발하고 있는 탈모 신약 후보물질'OLX104C'는 RNAi 기술로 AR의 발현을 막는다. 호르몬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수용체만 막아 성기능 저하 등 기존 약의 부작용을 없앴다.
다만 새로운 치료 시전은 기술 난이도가 높은 만큼 상용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제약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비만약의 성공 사례 이후 시장 안팎에서 탈모 치료 정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탈모 시장에서도 단순히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넘어 위고비와 마운자로처럼 극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신약이 등장 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