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늦게 열고, 점포는 줄고”…금융 취약계층 불편 커지나
입력 2026.09.29 16:38
수정 2026.09.29 16:39
내년부터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
은행권,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 추진
고령층·지방은 ‘금융 공백’ 심화될라
은행대리업 등 대체 채널 도입했지만 ‘한계’
은행권 오프라인 점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은행 영업시간도 단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뉴시스
내년부터 은행 개점 시간이 30분 늦어진다.
은행권의 오프라인 영업 채널 효율화 작업으로 점포 수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전날 임금 3% 인상과 영업시간 30분 단축을 골자로 한 산별중앙교섭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는 30일 예정됐던 2차 총파업을 철회했다.
이번 잠정안이 확정되면 내년 4월부터는 은행 영업점의 개점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늦춰진다. 문 닫는 시간은 오후 4시로 기존과 동일하다.
금요일에는 오후 3시 30분까지만 접수를 받는 ‘라스트콜’ 제도도 도입한다.
은행권의 창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조정되면 금융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은행권에선 오프라인 영업 채널 효율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1월 4일부터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울산, 경남 등의 영업점 10곳을 인근 점포로 통합하기로 했다. 앞서 7월에도 전국 영업점 37곳을 통폐합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출장소를 포함한 국내 영업점은 2703곳이다.
같은 기준 지난 2022년 2943곳을 기록하던 오프라인 영업점은 2023년 2818곳, 2024년 2817곳, 2025년 2694곳 등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점포 수가 다소 늘긴 했으나, 4년 전과 비교하면 8.15%(240곳) 축소됐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비대면 금융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은행도 임차료와 인건비 등 일정 수준의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 영업점을 유지해야 할 유인이 줄었다.
문제는 비대면 금융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이다.
앱 사용이나 비대면 본인 인증 절차 등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오프라인 점포 감축과 영업시간 변경에 따른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대비 점포 수가 적은 지방 고객들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이제 은행 업무 보려면 원정 가야 한다”, “연차 쓰고 은행 가게 생겼다” 등의 웃지 못할 반응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금융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채널을 마련하고 있다.
소규모·공동점포 유지와 함께 우체국 등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위탁하는 ‘은행대리업’이 지난 7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취급 업무가 제한적이어서 기존 영업점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은 연내 시범운영 상황을 점검한 뒤, 내년에는 운영 지역을 더 확대하고, 취급 상품도 더 늘릴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검토한단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이 시대적 흐름인 만큼 역행할 수는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다만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완충 장치를 촘촘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점포를 없애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금융 취약계층은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영업점이 위치해 있어야 한다”며 “점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 고령층 등 서민·취약계층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